◎이문열대하장편 ‘변경’ 12년만에 완간.현대사 관통하는 가족이야기/황석영출감후 첫 장편소설 ‘손님’.일제하 北 마을 이념갈등 담아/정찬주성철 스님 전기 ‘산은 산 물은 물’.16년간 生食 등 일화중심 그려큰 작품에 목말라 하던 소설계에 올 가을은 풍성한 수확기가 될 것같다. 이문열(50)씨가 12년만에 대하장편 「변경」을 완간한다. 3월에 출감한 황석영(55)씨가 첫 장편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11월8일 성철(性徹) 큰스님의 5주기를 맞아 출간될 정찬주(45)씨의 성철스님 일대기소설 「산은 산 물은 물」(가제)도 큰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씨의 「변경」은 11월초 모두 12권으로 문학과지성사에서 발간된다. 최근 2부 「떠도는 자들의 노래」 일간지 연재를 끝낸 이씨는 경기 이천시의 집필실 겸 문학연구소인 「부악문원」에서 마무리작업에 여념이 없다. 이씨가 86년부터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변경」은 그가 「시대의 거대한 벽화」를 그리겠다고 말했듯 한국현대사를 가족사와 교직시켜 형상화한 작품. 전편 격인 「영웅시대」의 주인공 이동영의 아이들인 명훈 영희 인철 세 오누이의 시선을 통해 전개된다. 문학에의 순수열정을 가졌으면서도 동물적 행동에 이끌리는 명훈이 보여주는 주먹세계, 현실적 삶의 어려움을 예술적으로 극복하려는 인철, 그리고 알몸만을 가진 하층여성의 육체적·정신적 역정을 보여주는 영희는 굴곡의 시대를 살아온 한국인들의 초상이다.
「변경」이 작품성은 물론, 침체한 출판계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을 만큼 독자들의 호응을 받는 베스트셀러가 될 것인지도 궁금하다. 100만부 판매를 돌파할 경우 이씨는 이미 1,000만부가 넘게 팔린 「평역 삼국지」를 빼고도 소설 판매 1,000만부를 돌파하는 최초의 작가가 된다.
황씨는 출감후 우선 작업해온 TV드라마 집필을 마치고 새 장편 「손님」을 쓰고 있다. 드라마는 베를린과 베이징(北京)을 무대로 한 남남북녀의 10년에 걸친 사랑이야기. 「손님」은 그의 출감 전부터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일제하 북한의 신천지역 50여호 되는 마을을 배경으로 마르크스주의와 기독교의 갈등을 그리면서 새로운 문명에 대한 대안적 사고를 내보일 장편. 창작과비평사에서 전작으로 출간될 이 작품은 황씨가 사실상 10여년만에 발표하는 소설이어서 문단안팎 초미의 관심사다.
정찬주씨의 「산은 산 물은 물」도 최근 드물게 보는 웅장한 전기소설이자 불교소설로 화제가 될 전망이다. 샘터사 편집장인 정씨는 「소설 유마경」「암자로 가는 길」등 불교관련작품을 주로 발표해온 작가. 「산은 산 물은 물」은 성철(1912∼1993) 스님의 생애와 16년간의 생식(生食), 8년간의 장좌불와(長坐不臥)등 일화를 중심으로 원효 이래 한국불교의 최대거인으로 숭앙되는 큰스님의 면모를 충실하게 그린다. 영화 「성철」이 인물왜곡등 이유로 불교계가 반대해 제작중단됐지만 정씨의 작품은 교단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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