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햄프셔주에 있는 화이트마운틴은 미국에서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산이다.해발 2,000m가 넘는 봉우리는 흰 눈으로 덮여 있고, 산록을 따라 빨강 노랑색의 단풍과 짙푸른 침엽수림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개울물이 졸졸 흐르는 골짜기를 따라 브레턴우즈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출생지가 바로 이곳이다. ■미국은 새로운 국제통화질서를 만들기 위해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7월 44개국 대표 700여명이 참가하는 첫 회의를 브레턴우즈에 유치했다. 회의가 열렸던 마운틴워싱턴호텔의 로비와 홀에는 쟁쟁한 각국 대표들의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들이 전시되어 있고, 방마다 유명대표의 이름패가 있어 마치 박물관에 온 느낌을 갖게한다. 모겐소재무장관과 메이너드 케인스 영국대표는 전시된 사진만 봐도 당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IMF는 지금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환율안정을 통해 자유무역을 신장시킨다는 당초의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작년 태국에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에도 사실상 속수무책인 형편이다. IMF출범 당시에는 없었던 원자력, 컴퓨터, 인터넷, 인공위성, CNN 등의 등장은 세계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변화시켰다. 금융파생상품 특히 하루 수천억달러가 거래되는 외환선물은 돈의 개념을 본질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지금 세계는 IMF체제로는 국제금융질서를 바로 잡을 수 없다는 인식 아래 온갖 대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IMF개편론이 있는가하면 한나라의 중앙은행에 해당하는 세계 중앙은행을 만들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미국과 달러의 영향력이다. 내년 출범하는 유럽단일통화 유러체제가 하나의 변수지만, 그래봤자 대서양 중심이다. 반세기동안 아시아경제권은 양적인 대팽창을 했지만 시스템을 만드는 데서는 언제나 뒷전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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