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12건 공개 ‘비선조직’ 공방/수사당국 “총재특보 명함 등 밀접한 관계 증거”/한나라선 “일반적 선거전략 담은것 불과” 반박「판문점 총격요청 사건」의 혐의자인 오정은(吳靜恩) 장석중(張錫重) 한성기(韓成基)씨는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와 어떤 관계인가. 이 의문은 이 사건의 규모와 파장을 결정하는 핵심 사안으로 향후 수사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안기부와 검찰은 지금까지 수사에서 이총재가 3인방의 「판문점 총격요청」 모의나 실행을 사전인지했다는 진술이나 물증을 확보하지는 못한 듯하다. 그러나 3인방이 이총재에게 15차례나 보고서를 제출했고 이총재와 박찬종(朴燦鍾)씨의 화해를 주선할 정도로 한나라당 대선팀에 깊숙이 개입한 「비선조직」이라는 게 수사당국의 설명이다.
안기부는 특히 수사과정에서 압수한 15건 보고서중 12건을 6일 공개하고 보고채널과 방식을 밝혔다. 안기부는 『비선팀은 97년 11월초순부터 12월초순까지 주 3∼4회 회합을 갖고 이총재를 도울 수 있는 아이디어를 취합,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3인방중 오정은씨는 이후보 집을 방문, 보고서를 출근하는 이후보에게 전하거나 승용차에 동승, 직접 브리핑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오씨의 보고서는 「대통합정치의 구현」(97년 11월18일), 「몇가지 고려사항」(19일), 「비방·폭로에 대한 대응」(21일), 「주요 정보보고」(23일), 「각계 주요인사 접견 및 협력유도」(24일), 「후보이미지 전략」(27일), 「합동토론회 검토보고」(12월1일) 등이다.
「대통합정치 구현」이라는 보고서에는 김영삼(金泳三) 당시 대통령과의 화해, 이인제(李仁濟) 국민신당 후보와의 단일화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다른 보고서에는 동문행사 참석 자제, 부인 한인옥(韓仁玉) 여사의 활동반경 확대, TV토론에서의 진지한 자세 등을 조언하는 내용도 있다. 또한 「국민회의가 이회창 후보 대선자금의 출처를 추적중」이라는 정보보고와 국민신당의 동향, 여론조사 결과, 판세 등을 담은 정보보고도 있다.
안기부는 이외에도 「이회창총재 특보」라는 한씨 명함을 공개했고 한씨와 오씨가 97년 12월초 박찬종씨를 만나러가는 이총재를 수행한 사실도 밝혔다. 안기부는 이들 보고서가 이총재와 3인방의 밀접한 관계를 알 수 있게하는 방증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오씨가 일반적인 선거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몇차례 제출한 바 있으나 총격요청보고는 전혀 없었다』며 『선거 때는 곳곳에서 보고가 올라온다』고 말했다. 한씨의 특보 명함에 대해서는 『대선 때 수많은 선거꾼들이 멋대로 특보명함을 쓰며 자신을 과시했다』는 게 한나라당의 반박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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