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법전 뒤져 재판 승소한 시민이 사건을 불성실하게 수임한 변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 수임료를 되돌려받게 됐다. 더구나 변호사들이 동료를 상대로 한 소송을 맡는 것을 기피, 중졸 학력의 고소인이 혼자 법전을 뒤져가며 소장을 내고 논리를 전개해 거둔 승리여서 법조계에 화제가 되고있다.
귀금속 은제원본 제작업을 하던 지범익(池範益·41)씨는 지난해 9월 거래처의 외상대금을 회수못해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구속됐다. 지씨는 불구속기소로 곧 풀려나왔지만 그 사이에 유일한 사업밑천인 10억원 상당의 은제원본이 없어진 것을 알고 절망감에 빠졌다. 관할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확인했으나 재산을 압류한 적이 없다는 회신을 받고 조사한 결과 채권자들이 집행관들과 짜고 허위 압류집행서류를 꾸며 은제원본을 가져간 사실을 알게 됐다.
지씨는 같은해 12월 이들을 경찰과 검찰에 고소한 뒤 S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겼다. 착수금으로 400만원을 건넸고 성공보수는 회수되는 금액의 20%로 한다는 약정서를 작성했다. 변호사는 당시 『대명천지에 이런 나쁜 사람들이 있나. 이런 사람들은 법대로 처벌을 받게할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4개월뒤 사건은 흐지부지 종결됐고 더구나 S변호사가 변호사선임계조차 내지않은 사실을 알고 지씨는 올봄 S변호사를 상대로 약정금반환소송을 제기했다. 더이상 변호사가 믿기지 않는데다 사건을 맡겠다는 변호사도 없어 혼자 법전과 씨름해야 했다.
서울지법 민사11단독 최정렬(崔正烈) 판사는 6일 『S변호사는 지씨에게 200만원을 돌려주라』며 지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최판사는 『S변호사가 지씨에게 성실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주장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자료들이 부족하다』며 『다만 S변호사가 지씨에게 법률상담 등을 해준 점은 일부 인정, 수임료의 절반만 돌려주라』고 밝혔다. 또 지씨의 진정으로 재수사에 나선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채권자 이씨 등을 특수절도 혐의로, 전 수원지법 성남지원 소속 집행관 나모씨와 집행관사무실 사무원 박모씨를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박일근 기자>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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