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진영·舊안기부 두갈래 수사/양측의 공동작품일 가능성도 상정판문점 총격요청 사건의 배후는 과연 밝혀질까. 검찰과 안기부는 지난해 대선당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진영이 이 사건에 관련됐다는 「의심」을 갖고 있으나 지금까지 수사에서 아직 뚜렷하게 진전된 내용은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수사진행 상황으로 보아 한성기(韓成基·39·P사 전 고문)·장석중(張錫重·48·대북 사업가)씨와 오정은(吳靜恩·48·전 청와대행정관)씨 등 3명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베이징(北京)에서 북한측 요원을 만나 판문점 총격요청을 한 것까지는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한씨 등도 안기부와 검찰 수사과정에서 이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기부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2월10일 베이징 캠핀스키 호텔에서 북한 아태위원회 참사 박모에게 『TV화면이 잘 잡히는 판문점에서 무장 군인들이 왔다갔다하면서 「쾅」하고 총격전을 일으켜달라』고 요청, 방송을 통한 홍보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까지 논의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수사의 초점은 이들의 배후가 누구냐 하는 것이다.
검찰은 일단 한나라당 이후보 진영과 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 등 구 안기부 세력을 이들의 배후로 보고 두갈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이후보 진영의 개입 가능성은 이후보의 친동생인 회성(會晟·53·에너지경제연구원 고문)씨가 지난해 대선당시 한씨 등과 빈번한 접촉을 가졌으며, 총격요청에 개입한 흔적이 나타난다는데서 비롯하고 있다.
안기부는 한씨가 『회성씨에게 「총격요청」계획을 보고하고 여비조로 500만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특히 이번 사건이 지난해 대선무렵 한나라당 J의원 등이 베이징에서 북측 인사와 만나 대북 지원문제를 논의했던 것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은 한씨 등의 신분이나 행적이 이처럼 엄청난 일을 저지르기에는 석연치 않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낳고있다. 검찰은 이 때문에 권 전안기부장을 비롯해 이미 북풍공작사건으로 구속된 구 안기부 세력의 조직적 개입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러한 추정은 맨 처음 총격요청 아이디어를 낸 인물로 알려진 장석중씨가 「아미산」이라는 암호명을 가진 안기부 비밀 공작요원이었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장씨는 95∼97년 비밀 공작요원으로 활동하면서 북측 인사와의 접촉내용을 시시콜콜 안기부에 보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장씨 등이 안기부 고위층 몰래 이러한 일을 꾸밀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구 안기부가 조직적 공작에 나섰다면 굳이 신원이나 행적이 불확실한 한씨와 청와대 행정관(4급)에 불과한 오씨 등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점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안기부와 이후보 진영간의 「공동 작품」일 가능성도 상정하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이회성씨를 소환, 이후보 진영의 관련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장씨의 갑작스런 고문 주장으로 검찰은 수사에 큰 부담을 느끼고있다. 배후 실체를 밝히지 못할 경우 「고문 조작」 시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사건이 너무 일찍 공개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시간을 갖고 지켜 봐달라』고만 말하고 있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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