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서울역 집회에서 발생한 폭력사태는 그 경위와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민주사회의 정치집회가 폭력으로 얼룩진 자체도 문제지만, 이번 사태는 여야대립이 격화일로인 가운데 야당집회를 둘러싸고 벌어진 시비인 만큼 명명백백한 수사로 진실을 가리는 것이 여야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어떤 이유에서건 의도했던 집회가 방해를 받았으니 한나라당은 피해당사자라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이 사건이 여권의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정치테러라고 보고 있는데, 그 주장은 엄청난 내용이다. 안기부가 배후에서 조종해 통일민주당 창당을 방해했던 소위 「용팔이사건」이 전형적인 정치폭력으로 기억에 생생한데, 이 시대에 그런 정치폭력이 있으리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여권이 반박하는 것처럼 단순히 역앞의 노숙자들이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을 과잉표출한 것으로 보기에는 현장 폭력의 정도나 행동의 집단성이 두드러진다. 이번 사건은 경찰이 초기부터 폭력가담자들을 적극 제지했다면 상황이 악화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현장을 방관한 경찰도 이번 사태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
사사건건 충돌하는 여야지만 이번 사건 만큼은 더욱 분명히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여권은 야당주장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까지 나서서 반박하는 민감한 대응을 하고 있으나 이번 사건은 정치 공방으로 다룰 일이 아니다. 배후가 있는지, 자발적 행동조직이 스스로 나선 것인지, 우발사태인지, 아니면 자작극인지를 경찰수사로 못밝힐 만큼 복잡한 사건도 아니다. 현장이 있고 사진증거도 있다니 경찰이 하루빨리 진실을 밝혀 시비를 잠재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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