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상급학교 진학률이 높아지고 직업에 남녀구별이 없는 오늘날에도 여성을 「일자리가 줄어들면 빨리 자리를 비켜주어야 하는 2군」으로 보는 시각은 여전하다. 특히 실업통계를 보면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최근 실업자 3명중 1명은 여성일 만큼 기업 구조조정의 1차대상은 여성이다. 그런데 정작 정책입안의 근거가 되는 실업률에서는 여성의 실업률이 남성보다 낮게 나온다. 4월기준 여성실업률은 5.4%, 남성실업률은 7.5%. 구직활동을 포기한 실업자를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고 실업률에서 배제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재취업률이 1.4%로 남성실업자의 재취업률 17.8%에 비해 대단히 낮으므로 대부분 구직활동을 포기하게 된다. 반대로 통계는 일주일에 1시간 이상 수입이 있는 경제활동을 하거나 가족이 경영하는 사업체의 일을 도운 가족종사자를 취업상태로 간주한다. 직장을 잃은 남편을 대신해 파트타임이나 저임금단순노동직에 취업하는 여성이나 농업종사 가내수공업 가정의 여성들은 취업상태로 집계되는 것이다.
이런 허구때문에 외국에서는 일반적인 실업률 외에 실망실업자를 포함시켜 실업통계를 내는데 우리는 아직 그런 수준까지 가 있지 못하다. 지난달 30일 여성특별위원회 주최로 서울 명동 대한YWCA 강당에서 열린 「여성실직자가정의 복지욕구와 대책」세미나는 정부통계자료로는 읽을 수 없는 실직여성들의 고통을 보여주었다. 발표내용에 따르면 실직 여성가구주 자녀의 12.3%가 진학을 포기했다. 이들 가정의 실직후 수입은 최저생계비도 못되는 54만원. 이들의 자산은 평균 1,284만원에 불과해 실업이 장기화하면 대책이 전혀 없다.
국내 여성가구주는 200만명이 넘는다. 여성실업문제는 전체적 실업문제와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에 가려 올바른 관심을 갖기 힘든 상황인데 정부통계마저 이를 외면하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