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 개편·세계경기 부양·헤지펀드 규제3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서방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은 세계 경제위기의 해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담에서는 국제금융체제의 개편과 국제투기자본에 대한 규제, 세계적인 경기부양책 등이 중심적으로 논의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을 두 축으로 하는 국제금융체제를 새로운 형태로 바꾸고, 헤지 펀드와 같은 투기자본의 활동을 규제·감독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이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각국은 이해관계에 따라 저마다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제금융체제 개편/IMF 대신할 기구 마련 통화블럭제 등 논쟁 예고
작년 7월 태국의 통화위기에서 비롯된 아시아 경제위기가 지구촌으로 번져가고 있는 상황에 이른 것은 현재의 국제금융체제가 이미 시대에 뒤떨어졌음을 반증하는 것이란 인식에서 개편론은 출발한다.
특히 글로벌리제이션(세계화)을 등에 업고 아무런 규제나 감독장치도 없이 지구촌을 헤집고 다니는 국제투기자본의 시장교란을 방치하는 한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찾기 힘들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논의의 초점은 환율안정이다. 아시아와 러시아, 중남미 각국의 통화가치 폭락과 엔화의 급등락과 같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를 강구하자는 것. 이를 위해 프랑스는 내년 1월 출범하는 유러화와 같은 통화블럭을 만들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독일도 달러와 마르크, 엔화 등 세계 주요통화의 변동상한선을 정해 환율안정을 도모하자는 의견이고, 일본도 이와 비슷한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인위적인 환율의 고정은 국제금융시장은 물론 무역거래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개편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은 충돌한다. 영국은 IMF와 IBRD의 부분통합을 통해 새로운 국제금융기구를 만들자는 의견이다. 고정환율제의 유지와 저개발국에 대한 구조조정 차관지원을 위해 창설된 IMF와 IBRD는 이미 그 의미를 상실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오히려 IMF에 힘을 더 실어주자는 의견이다. IMF가 경제위기의 파급을 막는 데 실패한 것은 IMF가 정치적인 독립성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미국은 미셸 캉드쉬 총재의 독단적인 결정과 IMF의 비밀주의를 우선 고쳐야 하며 IMF의 운영시스템도 점진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박정태 기자>박정태>
◎헤지펀드 규제/자본이동통제·정보공개 등 日·佛 주장 美 수용 관심
헤지펀드 등 단기투기성 자금의 규제 문제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취해 온 국가는 일본과 프랑스. 특히 일본은 이번 총회에서 과감한 규제안을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머징 마켓(신흥시장)국가들이 외환위기시에 한해 한시적으로 자본이동을 통제하고 고정환율제를 실시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프랑스도 최근 부도위기에 몰렸던 미 대형헤지펀드인 롱텀 캐피틀 매니지먼트(LTCM)사태를 계기로 단기 투기성자금 통제 필요성을 적극 주장할 예정. 우선 헤지펀드 투자에 대한 정보공개의 의무화를 추진중이다.
전세계 4,700개에 달하는 헤지펀드의 자산규모는 총 4,000억달러 정도. 이를 「지렛대」로 운용해 온 파생금융상품의 시장규모는 30조달러에 이른다. 이들 헤지펀드의 규제가 국제금융시장 안정의 선결요건이라는 게 양국의 주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이 소극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헤지펀드의 거의 대부분이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데다 그간 헤지펀드가 거둔 수익의 95% 이상이 미국으로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규제론에 대한 미국의 대외적 대항논리는 간단하다. 자본의 자유흐름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전형적인 시장논리다.
하지만 미국도 30조달러 규모의 파생금융상품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야기해 온 폐해를 잘 알고 있는 상태.
더욱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LTCM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을 주도한 데 따라 들끓는 세계 비난여론을 마냥 도외시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번 G7회의에선 일본과 프랑스의 규제론에 대한 미국의 수용여부가 관심사이다. 그러나 미국이 자국 이기주의적 입장을 접어두고 세계자본의 「흡입구」인 헤지펀드에 스스로 재갈을 물릴 수 있을까?<이상원 기자>이상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