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명을 태운 국내선 여객기가 30일 울산공항에 착륙하다 브레이크 고장으로 활주로를 벗어나 가까스로 멈추어 선 사고가 또 일어났다. 비상탈출 과정에서 3명이 외상을 입은 것으로 피해가 그쳐 다행이지만 비슷한 사고가 끊임없이 반복돼 비행기 사고 공포증이 생길 지경이다.최근 2개월간 국내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항공기 사고는 모두 7건이다. 이중 대한항공이 일으킨 사고가 6건이다. 2개월 단위의 단일 항공사 사고로는 세계 최다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국제 민간 항공기구에 따르면 연간 항공기 이용자수는 14억명 선이며, 사고율은 100만회 출항에 1.5건이다. 그런데 국내선에서만 2주에 한번꼴로 사고가 나니 비행기 타기가 겁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에어버스 300 기종의 사고가 자주 발생하자 건설교통부는 이 기종의 운항을 전면 중지시키고 특별점검을 했으나 아무 효력이 없었다. 문제는 사고가 이 기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보잉 747400, DM82, 포커 100 등 보유기종 거의 모두가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기종을 보유한 다른 항공사들도 사정이 비슷하다면 기체결함이라는 변명이 통하겠지만, 대한항공에만 집중되고 있으니 조종사의 자질이나 운항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건교부는 『기체이상이나 정비불량이 원인이라면 철저한 지도와 감독으로 막을 수 있겠지만 지도감독을 철저히 해도 같은 사고가 반복되니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대한항공측도 같은 말을 하고 있으니 결과만 있고 원인이 없는 이 기이한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경비절감을 위한 무리한 구조조정이 초래한 결과는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최근 대한항공이 항공훈련 책임자를 외국인으로 바꾸어 조종사들 사이에 불만이 크다는 소리도 들린다. 당국과 해당 항공사는 운항을 중단하더라도 잦은 사고의 원인을 찾아내 병소(病巢)를 도려냄으로써 더 큰 사고를 막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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