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2년 전에 쓴 한 여인의 편지가 감동적이다. 문장도 핍진(逼眞)하거니와, 슬픔을 억누르고 편지를 쓴 자제력도 놀랍다. 최근 경북 안동대박물관에서 공개된 요절한 선비 이응태(1556∼86년) 부인의 편지는 한 편의 빼어난 서간문학이다. 슬픔을 가누느라 글씨는 흔들린 듯하나 애정표현은 한없이 애절하고 애틋하다. 사진도 없던 시절, 꿈에서나마 남편 얼굴을 다시 보고픈 소망도 가슴을 저리게 한다.■<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어찌 나를 두고 먼저 가십니까. 누우면 언제나 나는 말하곤 했지요.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살 수가 없어요.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편지 보시고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언제나>
■연대로 보아 이 여인은 남녀의 애정을 노래하여 시조문학의 정점을 이룬 황진이와 동시대인이었다. 문학적 비유와 기교가 뛰어난 황진이의 작품은 「청구영언」에 수록되어 후세에 줄곧 애창되어 왔으나, 400년이라는 망각과 마멸의 시간을 견디고 홀연히 모습을 드러낸 이 편지는 당시 여인의 남편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을 진솔하고 당당한 메시지로 전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훈민정음이 창제된 지 100여년만에 이처럼 널리 보급되어 실용화했다는 사실이다.
■함께 공개된 형의 편지 또한 당시의 부럽도록 화목한 가족상을 보여준다. <땅을 친들 그저 망망하기만 하고, 하늘에 호소한들 대답이 없구나> 라고 슬퍼하는 이 편지는 동생이 남긴 자식을 돌볼 것을 약속하고 <부모님이 장수하시도록 부지런히 복을 내려달라> 고 당부하고 있다. 안동대박물관에는 이 서한들을 보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편지가 사라져 가는 시대, 가족해체와 더불어 가족애가 엷어져 가는 시대를 안타까워하는 행렬일 것이다. 부모님이> 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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