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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담배농가 ‘한가위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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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담배농가 ‘한가위 시름’

입력
1998.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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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인삼公 매각 추진에 “생활터전 무너지나”/가격경쟁력 중국산의 7%/“누가 주인되든 수매하겠나”/4만 농가 ‘실업’ 전락 우려수확의 계절이 왔지만 잎담배 재배농민들은 불안하다. 한국담배인삼공사가 완전 민영화하거나 외국기업에 매각될 경우 잎담배 재배로 생계를 이어온 농민들은 생활의 터전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을수매일(8일)을 1주일여 앞둔 지난달 30일 충북 청원군 남이면 팔봉1리 공동건조장. 뙤약볕아래 검게 그을린 임헌일(林憲一·43)씨는 마을주민 6명과 함께 바닥에 앉아 비슷한 색상의 잎담배를 분류하는 조리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건조장 양옆 6평 크기의 벌크 건조기 10대에서 「몸을 말린」 길이 20∼30㎝, 폭 20㎝ 안팎의 잎담배들은 마지막 단장을 하고 있었다.

7,500평의 담배밭을 20년째 경작해온 임씨는 『긴 장마로 일조량이 부족해 올해 담배잎은 색상은 좋지만 수확량이 적다』며 『지난해보다 10∼20% 가량 줄어든 4,000㎏정도 수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씨는 『정말 큰 걱정은 올해 농사가 아니다』며 『농민들끼리 모이면 담배인삼공사 민영화 반대 얘기만 한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민영화하든 외국기업이 사가든 지금처럼 경작 농민을 보호하면서 잎담배를 수매하겠느냐』며 『농민들이야 죽든 말든 값싼 외국산 잎담배를 마구 들여올 게 뻔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잎담배 수매가(황색종, 95년 기준)가 1㎏에 6.3달러 정도지만 중국산은 0.4달러다. 우리나라 수매가를 100으로 할때 중국산은 7에 불과하고 심지어 미국산 잎담배도 절반정도(60)에 살 수 있다. 한마디로 가격경쟁력에서 뒤지고 있다.

담배인삼공사 민영화·외국매각 추진 소식을 접하는 잎담배 경작농들의 불안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3만7,000여 잎담배 농가가 삶의 터전을 잃게되고 연간 3,000억원(수매대금 기준)이나 벌어들이던 소득을 포기해야 할 판이다. 청원군 오창면 성재리에서 3대째 잎담배를 재배하고 있는 박영환(朴英煥·51)씨는 『민영화로 외국산 잎담배가 대량 수입되기 시작하면 잎담배 농가만 죽는 것이 아니다』며 『담배농가의 경쟁력향상도 시급하지만 농가 기반을 완전히 와해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잎담배 농사는 건조기 관리기 트랙터 경운기등 기자재의 설치 및 구입에만 수천만원의 돈이 들어가 융자 등 빚이 대부분이다. 잎담배 농가들이 경작품목을 전환하면 기자재는 고철이 되고 살림은 거덜날게 뻔하다. 「농촌 실업자」들의 양산이 불가피한 것이다.

청원군 11개면 279호의 잎담배 경작농이 소속돼 있는 청주엽연초생산조합 정태웅(鄭泰雄) 전무는 『농민들 나이가 평균 50세를 넘고 여성도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평생동안 담배농사를 해온 이들이 다른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누구를 위한 민영화고 외국매각인가』라고 반문했다. 정전무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잎담배는 몇 손가락안에 꼽히는 효자 수출농산품』이라고 강조했다. 96년 잎담배는 3,641만달러가 수출돼 홍삼류 백삼류 김치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담배인삼공사 민영화 소식에 경작농들은 한없이 담배를 피워대며 속을 태우고 있다.<청원=윤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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