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도… 땅도… 삶도… ‘아픈 풍경화’/손장섭 역사와 풍경展동학·전쟁·철책·古木 등 역사와 민족의 애환 탐색/황창배 북녘탐방展작년말 꿈결처럼 가본곳 을밀대·성불사·구월산…한국에서 풍경화는 결코 가볍게 넘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흔한 풍경에도 분단의 상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민중미술의 1세대작가 손장섭씨와 황창배씨가 독창적 필치의 풍경화를 선보이고 있다. 두 사람이 그린 풍경은 다르지만 작품에는 「분단」의 아픔이 배어 있다.
11일까지 금호미술관(027205114)에서 초대전을 여는 손장섭씨는 민중의 고단한 삶과 우리의 역사를 나무를 매개로 표현해온 작가. 이번 「역사와 풍경」전에서 손씨는 최근 3년간 우리 땅 곳곳을 여행하며 느낀 감회를 유화 15점, 수채화 18점에 담아냈다.
그는 동학농민운동부터 시작해 6·25, 옛 조선총독부건물 철거등 근·현대사의 주요 순간을 예리한 눈빛으로 탐색하고 있다. 과정은 고단했지만 작업의 결실은 순박하다.
수령 1,000년의 태백산 주목, 강원 삼척시 도계읍의 수령 1,500년의 느티나무등 신기(神氣)어린 고목이 화폭의 주인공이다. 풍상을 견뎌낸 고목은 바로 질긴 민중의 생명력을 상징한다.
동학농민운동 당시 무명옷에 죽창을 든 농민군이 집결했던 김제평야를 묘사한 작품 「죽산 백산(竹山 白山)」. 앉으면 죽창의 산이요, 일어서면 흰 옷의 산이라는 뜻으로 민중의 힘을 표현하고 있다. 해안가의 철책을 분단의 상징으로 묘사한 「삶과 철책」도 이채롭다.
10일까지 선화랑(027340458)에서 전시를 갖고 있는 황창배씨는 북녘탐방의 경험을 40여점으로 보고한다. 구월산 성불사 을밀대 정방산성 대성산등의 풍경화 외에도 파노라마처럼 표현한 「북한답사중 기억에 남았던 사람」, 북한의 이미지를 콜라주방식으로 재구성한 「북한 환타지아」등은 독특한 구성법을 보여준다.
북한풍경은 최근 여러 경로를 통해 공개됐지만 작품 속에는 여전히 새로운 북한의 모습이 숨어 있다. 「북한 답사중…」에는 땔감을 지고 내려 오는 초등학생이 보이는데 옆으로 등짐을 지는 우리와 달리 세워서 진 모습이 이색적이다.
황씨는 『지난 해 12월 다녀온 북녘땅이 꿈결처럼 느껴진다』고 말하고 있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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