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9∼12년 앞당겨 종결/폼나는 해외건설포기,관급공사만 주력/차입경영 금물… 부동산 팔아 빚 청산사망선고를 받았던 기업이 「정도경영(正道經營)」으로 살아났다. 서울지법 민사합의 50부(재판장 이규홍·李揆弘 부장판사)는 30일 고려개발 근화제약 남한제지 등 3개 상장회사에 대해 회사정리절차(법정관리) 종결결정을 내렸다.
이들 회사는 당초 2007년이후에나 법정관리가 끝날 예정이었으나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그에 따른 경영실적 호전으로 9∼12년씩 앞당겨 회생판정을 받았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이들 회사가 채무변제를 충실히 이행해 온데다 최근 잇따라 당기순이익을 내고 자산이 부채를 초과하는 등 자력회생의 기틀이 마련됐다고 판단, 관리인의 신청없이 직권으로 종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때 부실기업의 대명사로 낙인찍혔던 이들 회사의 회생은 ▲수익위주의 내실경영 ▲부채규모 축소라는 정공법만이 불황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임을 말해준다.
■폼나는 경영보다는 이익내는 경영
뇌사판정(법정관리) 11년만에 회생판정을 받은 고려개발은 외형을 중시하는 확장경영보다는 내실경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87년 해외건설경기 불황으로 1,800억원이 넘는 빚을 지고 쓰러진 고려개발은 「기업은 돈되는 장사를 해야한다」는 원리에 충실히 매달렸다. 우선 해외건설면허를 반납했다. 대외적으로 폼은 나지만 이익이 나지 않는 해외부문을 포기한 것이다. 시장규모는 크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아파트사업을 정리하고 고속도로와 지하철 등 관급토목공사 부문에 주력했다. 그렇다고 정도경영이 바로 경영호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법정관리 첫해인 88년 매출액이 80억원이나 줄어들었고 27억원의 손실을 봤다.
하지만 정공법은 2년만에 성과를 올렸다. 89년 33억원의 흑자를 기록한뒤 9년연속 흑자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1,881억원이던 부채도 3분의1 수준인 595억원으로 줄었다. 오풍섭(吳豊燮) 관리인은 『이같은 정도경영과 함께 기업의 최고자산은 인적자원이라는 공감대속에 노사협력을 이뤄낸 것이 회생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빚으로 장사하면 망한다
근화제약과 남한제지는 「차입경영은 금물」이라는 경영원리를 보여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남게 됐다. 두회사는 특별한 히트상품이나 구조조정보다는 법정관리이후 경쟁업체에 앞서 부동산을 처분, 부채규모를 낮춘 것이 회생의 지렛대로 작용했다. 실제로 근화제약은 경쟁회사들이 부동산매입에 열을 올리던 96년 알토란같은 부동산을 매각, 120억원의 차익을 내며 부채규모를 절반이하로 줄였다. 남한제지도 관계사인 동양고속건설이 97년 1월 장기차입금을 조기에 상환, 지급보증부담을 크게 덜어줌으로써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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