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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황지우 훈훈한 詩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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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황지우 훈훈한 詩 화답

입력
1998.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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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그리는 아름다운 마음 ‘현대문학’서 주고받아오랜만에 보는 두 시인의 시를 통한 화답이 훈훈하다. 김용택(50) 시인과 황지우(46) 시인이「현대문학」에 한 달 간격으로 편지형식의 시를 주고 받았다.

김씨는 잘 알려진대로 전북 임실 마암분교의 초등학교 교사. 「현대문학」9월호에 황씨를 그리는 「시의 귀가 열렸구나」를 발표했다. 「왜 황지우가 생각났을까/아이들이 다 돌아간 텅 빈 운동장 건너까지 햇살은 빈틈없이 눈부시다」며 운을 뗀 김씨는 얼마 전 황씨와 나눴던 통화내용을 돌이킨다. 그리고 한 번 찾아오라며 「여그는 섬진강 댐가여…운암대교 건너기 전에…한 굽이 돌면 학교가 있어. 마암분교여, 분교」라고 일러준다. 그는 교정에 핀 노란 금잔화를 보고 「시의 귀가 순간 환하게 열린다」고 노래했다.

황씨는 10월호에「거룩한 저녁 나무­김용택詩伯에게」라는 답장을 보냈다. 등단은 황씨가 빠르지만, 그는 김씨를 「시백」이라는 옛투로 불렀다. 어느 왕릉의 나무에서 「눈 지긋하게 감고 뭔갈 꾸욱 참고 있는 자의 표정」을 보고「아, 저게 거룩하다는 형용사구나」하고 깨달았다고 황씨는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 교실 밖 강물소리 듣는 형의 멍멍한 귀를 잠시 빌려가겠습니다」며 김씨와 그가 누리는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냈다.「형이나 저나, 이제 우리, 시간을 느끼는 나이에 든 거죠/이젠 남을 위해 살 나이다,고 자꾸 되뇌기만 하고」.

4, 5년전 임실을 가보고 통화만 가끔 했다는 황씨는 『「현대문학」을 보고 답시를 썼는데 형이 받아 보았을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는 『요즘은 예술판에도 질투심밖에 남은 게 없는 것같다』며 『두보가 「이백을 그리며(春日憶李白·춘일억이백)」라는 시를 썼듯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그리는 전통적 시담(詩談)의 아름다움을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살기 위해 고향을 등진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용택형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가진 사람이지요. 삶과 고향을 하나로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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