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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병원의 등급쇼크/송태권 파리(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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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병원의 등급쇼크/송태권 파리(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8.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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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랑스에서 의료계가 발칵 뒤집어지고 국민들은 박수갈채를 보낸 「사건」이 있었다. 전국의 종합병원 512개를 의료서비스의 질(質)에 따라 순위를 매긴 조사보고서가 처음 공개된 것.월간 전문지에 게재되어 일간지들이 대서특필한 이 보고서는 주민들의 평판,수술빈도수, 환자의 치사율 등 세가지를 기준으로 종합평점한 것으로 하위등급의 병원들에게는 날벼락같은 것이었다.

보고서는 특히 병원별 수술환자의 치사율마저 백일하에 드러냈는데 병원에 따라 사망률 편차가 상상밖으로 커서 충격적이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조사보고서의 작성 및 공개가 정부당국(보건위생부)의 적극 협조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보건위생부는 80년대말부터 종합병원들에 관한 각종 데이터를 「의료정보시스템」에 담아왔는데 이를 통해 축적된 800만건의 기초데이터가 제공된 것이다. 병원들이 보고서의 순위매김에 꼼짝 못하고 입을 다물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 보고서는 정부가 요란떨지 않고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는 병원개혁작업의 서막일 뿐이다. 전국 3,700개 병원들에 대한 감시와 평가작업을 위해 국민대표들이 참여하는 의료평가단(ANAES)도 최근 정부에 의해 발족됐다. 르몽드 사설은 『의료의 질 개선의 관건인 투명성 제고의 첫걸음』이라고 환영하며 호텔 현판에 등급표시가 되어있는 것처럼 병원에도 의당히 등급이 명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의료서비스 개혁을 지켜 보면서 얼마전 40대 재불교포 부인의 하소연이 떠올랐다. 지난봄 서울에 갔다가 대학병원을 간 적이 있는데 의사가 시종 위압적인 태도로 「아주머니」도 아니고 「아줌마」라고 불러 굴욕감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 부인은 『한국에서는 아직도 의사를 선생님으로 떠받들어야만 좋은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진정한 의료개혁은 의사와 환자간의 기본 에티켓 확립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이 부인의 주장에 백번 공감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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