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서 마음떠났다”/워싱턴 정가·언론 입방아남편의 스캔들로 시끄러운 워싱턴을 벗어나려는 것인가. 빌 클린턴 미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여사가 29일부터 10일간의 일정으로 남미순방길에 오르자 미국 언론들은 이렇게 꼬집었다. 힐러리는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의 보고서가 의회에 제출된 이후 처음으로 클린턴을 떼어놓고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제8차 미주국 대통령부인회의에 참석키 위해 홀로 비행기에 올랐다.
백악관측에서는 힐러리의 「단독 외유」를 클린턴 스캔들에 연관시키지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힐러리의 비서실장인 멜런 버디어는 『여성의 정치·경제적 발전을 위한 노력은 지난 6년간 힐러리가 힘을 기울여온 것이고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것도 그같은 노력의 하나』라며 『이번 여행을 도피로 보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힐러리는 이번 회의참석에 앞서 푸에르토리코를 처음으로 방문, 허리케인 조지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을 둘러본 뒤 우루과이의 몬테비데오를 방문, 여성지도자의 역할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미주지역 외교정책자문기구 「중요한 목소리(Vital Voices)」 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그러나 『힐러리가 미주국 대통령부인회의에서 역시 남편들의 바람기로 속병을 앓아 온 다른 퍼스트레이들과 동병상련하면서 머리를 식힐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메리칸대 조해너 멘델슨 연구원은 『정치인 사이에서 부정(不貞)은 예외적인 일이 아니며 특히 남미 정치인의 아내들은 그것을 공직생활중 하나의 주어진 일로 받아들이며 체념한다』며 『순방기간중 매우 동정적인 사람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언론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힐러리의 순방기간이 클린턴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기임을 지적하며 「힐러리의 도피성 외유」를 의심하고 있다. 내달 5, 6일께는 하원 법사위에서, 그리고 8, 9일께는 하원 본회의에서 클린턴에 대한 탄핵조사여부를 표결하는 등 클린턴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을 내린다. 때문에 힐러리가 정작 중요한 시기에 워싱턴을 비우는 것은 그만큼 남편에게서 마음이 멀어진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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