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탁한 세상에 던지는 무욕의 詩올해 팔순의 황금찬 시인은 박두진씨가 최근 타계한 이후 우리 문단에서 미당 서정주(83) 시인 다음으로 연로한 현역이 됐다. 그러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얼굴이 밝고 목소리에 생기가 있다. 시작활동이 여전히 활발한 그가 새 시집 「옛날과 물푸레나무」(모아드림 발행)를 상자했다. 신작시집으로만 스물여덟번째다.
4·19 당시 한국일보에 발표한 시에서 「젊은 사자들」이라는 표현을 써서 인구에 회자됐던 황씨. 이번 시집에서도 그는 자연, 사물과의 교감과 함께 혼탁한 세상을 보는 시인으로서의 꼿꼿한 의지를 보여준다. 그의 「모순(矛盾)」고사에 대한 해석은 남다르다. 한비자(韓非子)는 창과 방패를 함께 파는 상인을 보고 「모순」을 간파했지만, 황시인은 누구나 자신의 의지만 관철하려 하는 타협불가능의 세상 자체를 모순으로 본다. 「한 점포 안에/두 상인이 있어/각기 창과 방패를 팔고 있다/…/여기엔 당착의 개념이 성립되지 않는다/관철의 의지가 있을 뿐이다」(「모순의 개념」중). 황씨는 그런 세상에서도 『완전으로 가려 노력하는 시를 쓰려고 할뿐이다』라고 말했다. 『언제 가도 갑니다. 욕심을 안 갖는 것뿐이지요』. 그의 무욕처럼 그의 시편도 억지기교를 부리지 않은 일상어로 이뤄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는「해변시인학교」교장직을 20년째 맡으면서, 시지「시마을」을 5년 넘게 힘들게 운영하며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그는 『「바다」라는 500장 정도의 장시에 지난 삶을 담는 것이 나의 시적 과제』라고 말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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