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이 들려주는 난세의 지혜/성호사설 정선 전3권붕당조직·당파싸움 통렬하게 비판/정관정요 해설서언론자유로 집약되는 당태종 통치철학어려울 때일수록 고전을 찾는 것은 그 속에 위기극복의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처럼 정쟁(政爭)이 심하고 정치지도자들의 경륜과 도덕성이 아쉬운 사회에서는 고전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새삼스럽다. 조선후기 대실학자 성호(星湖) 이익(李瀷·1681∼1763)의 글을 모아 사상을 소개한 「성호사설 정선(精選)」과 당태종의 언행을 기록한 「정관정요(貞觀政要)」가 우리말 해설서로 나왔다.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의 후손으로 「다산논설선집」 등을 편역한 현대실학사 대표 정해렴(丁海廉·59)씨가 펴낸 「성호사설 정선」은 3권으로 돼 있다. 각각 「역사인물지」「역사평론과 역사교훈」「역사산책과 교양」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선비가 이루어야 할 3가지 학문문(文) 사(思) 철(哲)의 분야별로 나눈 것이다.
이익은 안정복(安鼎福) 정약용등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조선후기의 큰 선비. 당쟁을 비판하며 평생 학문에만 몰두한 그는 144책 95권의 방대한 글을 남겼다. 「성호사설(星湖僿說)」은 그의 역사관과 사상이 담긴 백과사전적 저술이다. 제자 안정복은 30권 30책(3007항목)인 글을 5부문 20문(門) 1,383항목의 「성호사설유선(類選)」으로 정리했고 정해렴씨가 이를 3권 538항목의 「성호사설 정선」으로 다듬었다. 사설은 세세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상권 「역사인물지」는 단군부터 이황(李滉)까지 우리나라 선현 77인과 중국 일본의 인물 50인에 관해 기술하고 있다. 중권 「역사평론과 역사교훈」은 역사와 사료에 대해 평가하고 있으며 하권 「역사산책과 교양」은 경전에 나타난 성현의 가르침과 인격수양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성호는 말한다. 『당파의 폐습이 깊이 고질화하면서 자기 당이면 어리석고 못난 자도 관중(管仲) 제갈량(諸葛亮)처럼 여기고…자기의 당이 아니면 모두 이와 반대로 했다. 한 번 나아가고 한 번 물러가는 사이에 붕당 조직에만 전심하고 치민의 조리(條理)는 도외시했으니 백성들이 어찌 보존될 수 있겠으며 나라가 어찌 다스려질 수 있었겠는가』(당습소란·黨習召亂중). 정해렴씨는 『책을 통해 우리의 삶을 반성하고 극난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관정요」(새물결)는 당태종의 언행을 통해 치세의 도를 밝힌 고전. 당태종 사망후 40여년에 사신(史臣) 오긍(吳兢)이 지었다. 번역자는 박철웅(朴哲雄·작고) 전 조선대 총장의 부인 정애리시(鄭愛利施)씨. 칠순에 작업을 시작, 5년만에 결실을 보았다. 문체가 매끄럽고 내용도 정확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당태종은 재위 24년동안 나라의 토대를 확립한 명군으로 그의 통치철학은 언론자유로 집약된다. 직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옳은 말이면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또 가난한 백성을 구제했으며 신상필벌(信賞必罰)을 엄정히 했다. 「정관정요」는 동양의 정치지도자들이 애독해온 고전이다. 그 내용을 당태종처럼 실천까지 한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김철훈 기자>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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