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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바시공화국/이병일 수석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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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바시공화국/이병일 수석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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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자 한국일보 15면에 뉴질랜드 북방 적도해상에서 조업중이던 한국 참치잡이 어선 동원617호(선장 송재갑)가 지난 24일 인근 도서국가인 키리바시공화국 경비정의 정선명령을 거부했다고 총격을 받아 베트남인 선원 1명이 숨지고 한국인 11명을 포함한 선원 25명이 선박과 함께 억류됐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를 읽고 그런 나라도 있었나 하며 그 위치를 궁금하게 여겼을 독자들도 상당히 많았을 것이다.■키리바시공화국을 지도에서 찾아보면 정말 묘한 곳에 위치해 있다. 우선 국토의 한가운데로 적도가 통과한다. 적도가 지나는 나라는 많으니 이는 특별한 일도 아니지만 적도와 함께 날짜변경선까지 통과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적도와 날짜변경선이 겹치는 나라는 세계에서 키리바시공화국밖에 없다. 적도가 동서로 지나며 국토를 가르고 날짜변경선이 남북으로 지나니 두개의 선에 의해 나라가 네 조각 나는 셈이다.

■국토가 북반구 남반구 동반구 서반구 어느 쪽에도 한부분이 속해 있어 큰 나라로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그렇지 않다. 길버트, 훼닉스, 라인제도의 33개 섬으로 구성된 이나라는 면적이 불과 720㎢다. 그러나 동서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섬사이의 거리가 3,870㎞, 남북은 2,050㎞나 된다. 새로운 해양법에 따라 200해리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가지게 돼 이를 감안하면 「작은 거인국」이라고 할 만하다.

■육지는 좁고 바다는 넓은 이나라는 한국어선과의 충돌로 알 수 있듯이 어업조업료와 관광수입으로 나라경제를 유지한다. 주변에 참치어장이 많아 조업료 수입이 만만치 않은데다 날짜변경선 때문에 어제와 오늘이 동시에 존재하는데 호기심을 느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원래 총기와는 관계없는 평화스러운 나라인데 지구온난화로 해면이 높아져 해발 몇십㎝에 불과한 육지가 물에 잠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때문에 신경질적이 되어 마구 총질을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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