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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獨은 변화를 선택했다/슈뢰더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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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獨은 변화를 선택했다/슈뢰더 독일

입력
1998.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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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말 ‘베를린시대’ 맞아 전후세대 첫 총리 등장/시장경제·국가개입 혼합 실업문제 해결 최대역점/외교·국방 큰변화 없을듯독일인은 21세기 「베를린 시대」의 주역으로 사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54)를 선택했다. 슈뢰더는 전후세대로는 첫 독일총리에 취임한다. 내년말까지 연방의회와 각 정부부처가 정치 수도인 베를린으로 이전을 마치면 반세기만인 2000년부터 베를린 총리실에서 다시 근무하는 역사적 기록도 수립하게 된다.

베를린시대의 개막은 독일이 2차대전을 일으킨 오욕의 과거사를 청산하고 21세기에 유럽의 중심국가로 재도약하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인들은 새로운 역사의 첫 페이지를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슈뢰더가 열도록 결정한 것이다. 슈뢰더도 『이번 선거는 세대교체의 신호』라고 승리의 첫 소감을 피력했다.

슈뢰더의 승리는 또 독일 역사상 전후 처음으로 유권자의 투표를 통해 여야가 정권을 교체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치사건이다. 그동안 수차례 정권교체가 있었지만 대부분 연정붕괴, 의회 불신임 등을 통해 이뤄졌고 69년 총선후 사민당의 빌리 브란트가 총리로 취임하기는 했으나 그가 직전의 대연정에서 부총리로 일했기 때문에 완전한 정권교체로 보기는 어렵다.

슈뢰더는 국민들의 변화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새로운 독일을 건설할 이념으로 「새로운 중도(Neue Mitte)」를 제시했다. 이는 자유시장 경제와 국가의 시장개입을 혼합한 정책을 의미한다.

그는 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적 역동성을 강조하면서도 사회적 정의의 조화를 주장해 왔다. 특히 최대 현안인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민당이 실시했던 「공급위주의 정책」에서 탈피, 수요창출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거운동 중 공약을 통해 현재 35∼38시간인 주당 근로시간을 30시간까지 줄여 일자리를 나눠갖고 「혁신과 현대화」를 통해 실업자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를 위해 집권후 첫 정책과제로 고용을 위한 노·사·정 3자연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 복지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소득세율을 낮추고 법인세도 단계적으로 인하할 방침이다. 외교와 국방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는 미국과 유럽이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협력하는 이른바 「대서양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그가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독일과 프랑스의 긴밀한 유대가 밑바탕이 됐던 유럽내의 역학관계는 점차 독일과 영국의 양자, 또는 독일과 프랑스 및 영국의 3자 연대로 변모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제정치적으로 볼 때 그의 등장은 21세기를 앞두고 「냉전시대 지도자들의 퇴장과 신세대 정치지도자들의 부상」이라는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60년대말과 70년초 혁명과 투쟁을 부르짖던 독일 「68세대」의 선두주자인 그가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에 이어 세계적 지도자로 부상할 지 주목된다.<이장훈 기자>

◎연정파트너 녹색당/환경정당 세계 첫 수권 ‘눈앞’/獨 최초 좌파연정 유력/‘리더’ 피셔 외무장관 거론

녹색당이 슈뢰더정부의 연정 카운터파트로 부상함에 따라 독일내 최초의 좌파 적녹(赤綠)연정 수립과 세계최초 환경정당의 수권정당 변모라는 신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녹색당은 원전 반대 등을 외치던 좌우익 환경운동가들이 70년대 합법정치세력화를 목표로 결성해 78년 처음으로 주의회선거에 뛰어들었고 83년 총선에서 연방의회에 진출했다.

93년 구동독 민주화시민그룹 「동맹90」과 합병한 뒤 94년 총선에서는 7.3%를 득표, 독일내 제3정당으로 부상했다.

이번 선거운동에서 적녹연정의 분위기를 띄운 녹색당은 이미 16개 주정부 가운데 4개 주에서 사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녹색당의 화려한 진출에는 녹색당 하원 원내총무 요시슈카 피셔(50)의 공이 지대하다. 그는 적녹연정의 부총리겸 외무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고교중퇴 학력의 피셔는 60∼70년대 택시기사 공장노동자 등을 전전하며 무정부주의 혁명운동을 벌이던 거리의 투사. 81년 신생 녹색당에 입당한 뒤 헤센주에서 2차례 환경장관을 지내며 녹색당의 리더로 떠올랐다. 3차례의 이혼경력을 갖고 있는 독신이다.

현실온건론자인 그가 연정참여에 앞서 풀 과제는 분열된 당의 통합. 온건주의에 맞서는 강경파 「푼디스(근본주의자)」는 이번 선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해체, 휘발유값 3배 인상 등 대중과 유리된 정책을 주장, 선거전내내 녹색당의 인기를 잠식했다.<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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