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억지반전 ‘뒤죽박죽 사랑’ 자초/춘봉,지숙과 잘나가다 돌연 파혼/이유애매 시청자들 “말도 안된다”드라마는 사람이 만든다. 상황에 따라 예정된 극의 흐름에 작위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가 공감을 얻으려면 그 작위의 흔적을 최소한으로 줄여 시청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SBS 주말극장 「로맨스」(이선희 극본, 구본근 연출, 24부작)는 극의 줄기를 급하게 전환하려는 작위적 짜깁기의 흔적 때문에 혼란을 자초했다.
소설 「키다리 아저씨」를 재해석한 이 드라마는 착한 노총각과 신세대 젊은 여성의 순수한 사랑을 그리려 했다. 극중 춘봉(이경영)과 승희(황수정)의 결혼은 이미 기획 때 확정된 것이었고 결혼전 그들이 각각 사귀던 지숙(이영애)과 현세(김호진)는 갈등상황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였다.
드라마는 중반을 넘어서까지 춘봉과 지숙, 승희와 현세의 애정키우기가 계속 이어졌다. 시청자는 이 드라마가 두 커플이 아름답게 맺어지면서 끝나는 줄 알았을 것이다. 『오랜만에 보는 건전하고 즐거운 멜로드라마』라는 등 「엉뚱한 호평」이 쏟아졌다. 그러나 결국 종반에 들어서면서 기획의도를 좇아가려고 드라마의 줄기를 급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지난 주 방송분(15, 16회)에서 춘봉은 지숙과의 파혼을 결정했고 이번 주에는 승희와 만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무리가 따랐다. 춘봉이 왜 갑자기 승희에게 애정을 느꼈는지, 너무나 행복했던 춘봉과 지숙이 왜 파혼해야 하는지 그 동기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 사랑의 동기가 부족한 멜로드라마는 바람빠진 공과 같다. 당연히 시청자들의 반응은 혼란스럽다. PC통신을 통해 시청자들은 『말도 안된다』 『3류 통속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제작진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인 듯하다. 연출자나 작가 모두 앞으로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악의 경우 이야기가 또 반전될 수 있다. 「로맨스」는 짜임새있게 스토리를 엮어나가는 세부적 테크닉의 부족과 함께 드라마 전작제의 필요성을 새삼 떠올리게 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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