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새로운 선택을 했다. 독일인들은 27일 실시된 총선거에서 집권 기민당의 헬무트 콜총리를 거부하고 사회민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를 새 지도자로 뽑았다. 전후세대인 슈뢰더의 승리는 단순히 16년만의 여야정권교체라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독일」을 향한 대변화로 해석된다.독일은 2차대전 패배후 「라인강의 기적」을 이룬 콘라트 아데나워, 「동방정책」을 편 빌리 브란트, 「동서독 통일」을 달성한 헬무트 콜등 시대적 상황에 맞는 걸출한 지도자들이 나라를 이끌어 왔다. 특히 콜총리는 지난 16년동안 통일문제를 해결했을 뿐 아니라 유럽통합에서의 중추적 역할로 「영원한 재상」이라는 칭송을 받고 있다. 그러나 독일인들은 21세기의 지휘봉을 젊은 슈뢰더에게 넘겼다.
브란트이후 처음 좌파정권의 총리가 된 슈뢰더는 젊은날 스스로를 마르크스주의자라고 했을만큼 과격한 좌파성향이었으나 지금은 중도좌파의 실용주의적 노선으로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주창하는 「제3의 길」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이같은 노선은 그의 내각에서 경제장관으로 유력시되는 요스트 스톨만의 『독일의 미래는 좌도 우도 아닌 독일식의 실용주의에 있다』는 언급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슈뢰더의 또 하나 새로운 실험은 녹색당과의 적록(赤綠)연정이다. 사민당은 다수당이지만 과반의석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어 환경보호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녹색당과의 연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슈뢰더의 승리를 계기로 대서양문화권에 부는 새로운 리더십의 부상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유럽에는 영국의 블레어를 비롯, 이탈리아의 로마노 프로디, 프랑스의 조스팽등 실용주의를 표방한 젊은 좌파지도자들의 출현이 거대한 흐름을 이루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클린턴고어의 리더십과 맥을 같이한다. 슈뢰더가 가져올 독일의 변화, 유럽의 변화, 그리고 대서양문화권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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