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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신좌파 르네상스(전환기의 유럽: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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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신좌파 르네상스(전환기의 유럽:上)

입력
1998.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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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15國중 13國이 좌파정권/공기업 민영화·복지축소 등 도입/사화­자본주의 극복 ‘제3의 길’ 모색독일총선에서 사민당의 승리가 확실해진 27일밤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신좌파정당들은 『유럽이 이념적으로 하나가 되는 완결편』이라며 열렬한 박수갈채를 보냈다. 신신(新新)좌파의 기수격인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 같은 이는 이날밤 즉각 게르하르트 슈뢰더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새시대를 함께 열자며 뜨거운 동지애를 주고 받았다. 독일에서 사민당 정권이 들어서게 됨으로써 서유럽은 용의 그림에 눈알을 그려넣은 것처럼 「신좌파 시대」의 절정에 오르게 됐다. 지난해 영국 프랑스에 이어 독 마저 좌파가 집권, 유럽의 3대국이 함께 좌익의 노래를 합창하게 된 것이다.

최근 1∼2년새 유럽에서는 우파정권이 연달아 무너지는 도미노현상이 이어져 현재 유럽연합(EU)의 15개국 중 스페인 아일랜드를 제외한 13개국에서 좌파정당이 정권을 주도하고 있다.

독일에 앞서 올해 총선을 치룬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에서는 우파의 도전을 물리치고 좌파가 연속집권에 성공, 바야흐로 유럽은 좌파 르네상스시대가 만개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 유럽의 좌파정권들은 과거의 좌파가 아니다. 형평과 분배, 사회적 연대를 맹목적으로 신봉했던 교조적 이념에서 탈피해 우익적 요소들도 과감하게 도입하고 있는 실용적 좌파다. 신좌파보다는 발전된 개념인 신신좌파(new new left) 또는 중도좌파로 불리는 이들 정권은 프랑스의 조스팽정부나 영국의 블레어정부 등이 극명하게 보여주듯이 공기업의 민영화, 사회복지의 축소, 노동자의 권리제약 등 「효율성과 경쟁」의 개념을 정책에 도입하고 있다. 이른바「제3의 길(The Third Way)」이다. 슈뢰더가 선거캠페인에서 내놓은 각종 사회·경제 공약들도 이같은 개념의 연장선상에 있다.

시장경제와 정부규제를 혼합시키는 어찌보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제3의 길」, 그리고 이를 표방하는 유럽의 새좌파 조류가 주목되는 것은 세기말의 시대상황 때문이다. 최근의 국제금융대란이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냉전와해이후 세계화가 빚고있는 예측불가의 부작용들, 끝이 안보이는 유럽의 대량실업사태, 불길한 징조의 국지적 분쟁들…. 자유시장경제를 절대가치로 여기는 자본주의나 정부의 통제 및 규제를 능사로 아는 사회주의 등 전통적 이데올로기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복잡다기한 상황이 숨가쁘게 펼쳐지고 있다.

유럽의 새로운 좌파 조류는 이같은 전환기를 극복하려는 제3의 대안으로 실험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 사민당의 승리로 날개가 돋친 유럽의 새좌파운동이 21세기 지구촌의 새로운 발전모델로 안착할 지는 좀더 두고 봐야할 것이다.<파리=송태권 특파원>

◎“유럽 중도좌파는 초국적 자본의 음모 제대로 파악못해”/佛·獨 학자들 비판 만만찮아

게르하르트 슈뢰더의 「새로운 중도(Neue Mitte)」, 토니 블레어의 「제3의 길」 등 유럽 중도좌파의 공통점은 경제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정통좌파와는 달리 전통적 사회·복지정책 보다 경기부양책에 무게중심을 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계화(Globalization)」를 모토로 「자유화」「개방화」「민영화」「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추구해 온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경제론을 사실상 지지한다. 노동자들에게 「떡」을 주던 과거와 달리,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기업에 「당근」을 주겠다는 것이 새 경제정책의 골간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프랑스 학계의 거장으로 꼽히고 있는 피에르 부르디외, 자크 데리다 등은 중도좌파가 신자유주의로 포장된 초국적 자본의 「음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중도좌파는 「빈익빈 부익부」의 세계화를 초래할 자본의 무차별적 「운동」에 굴복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진단한다.

신자유주의 비판을 통해 유럽 중도좌파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고 있는 그룹은 이외에도 멕시코 자파티스타 혁명군을 꼽을 수 있다. 96년 프랑수아 미테랑 전프랑스대통령 부인 다니엘 여사와의 「동지적 만남」으로 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멕시코 자파티스타 지도자 마르코스는 97년 프랑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고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실업률은 60년대 3.8%에서 90년 6.3%로 높아졌다』며 자본운동에 흡수된 유럽의 노동상황을 비판했다. 이밖에 독일 브레멘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럽 경제학자의 각서」, 말레이시아의 「제3세계 네트워크」, 북미의 「폴라리스연구소」등은 신자유주의 비판의 연장선상에서 유럽 중도좌파의 「탈선」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장인철 기자>

◎獨 총선 각국 반응/“새시대 개막” 환영속 슈뢰더 행보 촉각

세계 각국은 독일 사민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후보의 총선승리를 「새 시대의 개막」이라며 일제히 환영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처한 입장과 세계전략에 따라 「슈뢰더의 독일」 탄생에 미세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27일 슈뢰더의 총선 승리를 축하하면서 『슈뢰더 차기총리와 함께 긴밀한 협조관계속에서 일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클린턴대통령은 『독일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중 하나』라고 전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양국은 국제현안을 해결하는데 공동보조를 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는 독일의 외교정책이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관측하면서도 독일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의 4대 강국에 모두 중도좌파정권이 들어선데 주목하고 있다. 특히 슈뢰더가 동구권 국가로의 유럽연합(EU) 확대, 러시아에 대한 지나친 투자 등을 반대하고 있는 점등이 향후 EU의 판도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영국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날 독일 사민당과 슈뢰더의 총선 승리를 축하하고 이번 총선 결과는 유럽대륙에 새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블레어 총리는 블랙풀에서 열린 노동당 회의에서 슈뢰더 차기총리는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라고 높이 평가하면서 『새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했다. 그는 영국, 독일, 프랑스 정부는 번영되고 경쟁력이 높을 뿐만 아니라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서도 힘을 쏟는 유럽을 건설하기 위해 같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영국정부는 슈뢰더 정권의 출범이 유럽통합과 대영·대프랑스 관계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판단, 슈뢰더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프랑스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는 슈뢰더 차기총리를 「위대한 승리자」라고 치켜세우면서 콜 총리에 대해서도 유럽통합을 위한 공로와 독일 역사에서의 「중대한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슈뢰더 차기총리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콜 총리에게도 우의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친 프랑스노선을 걸어왔던 콜총리와는 달리 슈뢰더가 영국과의 관계를 상대적으로 강조하는 경향을 보여왔던 점을 고려, 독일의 대프랑스 외교에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워싱턴·파리=신재민·송태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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