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 1만5,000명 철야농성 ‘폭풍전야’/勞 한밤 협상테이블 복귀에 타결기대도/추석·월말결제겹쳐 어제 예금인출 소동사상초유의 은행원 집단파업 사태가 임박하자 추석자금과 월말 결제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을 포함, 대부분의 기업과 가계마다 비상이 걸렸다. 특히 자금난에 쫓기고있는 일부 중소기업들은 제날짜에 어음을 결제받지 못할 경우 부도가 날 수밖에 없다며 발을 굴렀다. 그러나 28일 밤 늦게 노조측이 협상테이블에 복귀함으로써 막판 극적인 타결 가능성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정민수(鄭閔洙·48)씨는 『직원들의 봉급은 미리 찾아놓았지만 당장 29일 결제해야 하는 어음이 있는데 암담하다』며 『양측이 끝까지 자제심을 발휘해 모두가 어려운 이 상황을 슬기롭게 넘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공구상업단지 협동조합의 김용수(金容洙·36)씨는 『파업이 시작되면 어음을 돌려야 하는 상인들은 부도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며 『구로공단내 은행지점에 파업예고 안내문이 내걸릴 때부터 상인과 공장주들이 서둘러 자금확보에 나서는 등 거의 공포분위기에 빠져있다』고 전했다. 주부 이정숙(李貞淑·35)씨도 『은행들이 파업을 하면 추석귀성 때 필요한 돈도 못찾게 되는 것 아니냐』며 『하필 이럴 때 파업한다면 은행원들이 고객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의 하승창(河勝彰) 정책실장도 『은행원들의 파업명분과 요구사항은 이해한다』며 『그러나 모두가 고통을 겪고있는 상황인데다 추석을 앞둔 시점에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양측이 끝까지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에 앞서 28일 전국 각 은행창구에는 거래기업과 시민들의 인출요구가 쇄도, 일부 은행점포에서 한때 예금지급중단사태까지 빚어지는 등 혼란이 일었다.
외환은행 상계지점은 아침부터 고객들이 몰려들어 예금인출을 요구하자 오후 1시30분부터 1시간20여분동안 일시 예금지급을 중단, 고객들의 항의를 받았다. 은행측은 『준비한 5억원이 바닥나 예금지급이 다소 지연됐으나 본점으로부터 긴급자금지원을 받아 오후 2시50분께 지급업무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조흥은행 명동지점도 회사원과 주변 상인들이 몰려들면서 하루종일 혼잡을 빚었다. 이 은행을 찾은 회사원 김동섭(金東燮·32)씨는 『파업이 시작되면 대책이 없을 것 같아 추석때 쓸 돈을 미리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제일은행 명동지점 관계자는 『파업을 하면 31명 직원중 계약직과 간부급 6∼7명만 근무를 할 수밖에 없어 입·출금을 제외한 업무는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은행 관계자들은 『전체직원의 15% 안팎인 3급이상 비노조원들과 2∼3명의 계약직 직원으로 점포의 정상영업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파업을 하더라도 고객들이 지나치게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께 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이 추원서(秋園曙) 금융노련위원장 등과 협상하기위해 명동성당 농성장으로 들어가려는 과정에서 일부 흥분한 노조원들이 거칠게 항의하며 제지, 한때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금융노련은 이날 오후 영업을 마친 뒤 3만5,000여 노조원들이 집단 연월차휴가원을 제출하고 은행별로 파업출정식을 가졌으며 밤 9시께부터 속속 명동성당에 집결, 1만5,000여명이 철야농성에 들어갔다.<박천호·김호섭·이상연 기자>박천호·김호섭·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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