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열광이다. 젊은 관객들은 이와이 순지(岩井俊二) 감독의 「4월의 이야기」에 몰리고, 영화제작사는 일본과 합작을 얘기하고, 수입사는 작품을 사기 위해 분주하다. 부산국제영화제 어디에도 일본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할리우드와 더불어 가장 많은 21편이 초청됐고, 일본영화 관계자가 100여명이나 몰려왔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일본영화의 한국진출을 미리 축하하는 자리같다.이런 분위기를 타고 영화제작자들은 10월7일 일본을 방문하는 김대중대통령이 이 문제를 꼭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과 공동제작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이들은 『당장 개방해야 한다. 할리우드만큼 폐해가 없다』 『개방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심지어 『한 번도 반대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개방만 되면 마치 일본이 돈을 싸들고 한국영화에 투자하러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듯 했다. 개방에 따른 저질문화의 유입이나 일방통행을 걱정하는 것은 언론이나 정치인들의 좁은 소견이라고까지 몰아붙였다.
다른 한 편으로는 일본영화를 사는데 열중하고 있다. 이와이 순지의 「러브레터」의 경우 영화사 10여개가 덤벼들었다. 대기업까지 대리인을 시켜 가세했다. 40만달러를 주겠다는 영화사까지 나타나 최대 25만달러를 생각했던 배급사를 놀라게 했다. 몇년 전 대기업이 할리우드영화에서 보여준 추태의 재연이다. 일신창투가 사전제작비를 지원하는 일신상 수상작으로 일본영화를 선택한 것을 놓고도 『약삭빠른 계산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일본 포니캐넌영화사의 제작자인 가와이 신야(河井晋也)씨는 『개방이 되면 일본영화의 한국시장 점유율이 적어도 10%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일본의 한국영화에 대한 기대는 거의 없다.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우리 영화인들로 인해 폐해가 드러나고 있는 일본대중문화 개방. 누구를 위한 것인가.<부산에서>부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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