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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판에 떡고물 있다(투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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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판에 떡고물 있다(투자이야기)

입력
1998.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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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대 주주 지분 비슷할땐 주식 매집경쟁에 주가 급등지난달 26일 아침 최종현(崔鍾賢) SK그룹 회장이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발빠른 투자자들이 맨 처음 한 일은 증권사로 달려가 SK상사주식을 사들인 것이었다. 최회장의 자제와 조카들간에 경영권다툼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때문이었다. SK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볼 수 있는 SK상사 주식을 확보하기 위한 매집경쟁이 일어나면 이 회사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으로 인해 SK상사의 주식이 상한가를 기록한 것이다. 고인과 유족들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반응을 비정하다고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난달 2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경영권쟁탈전이 벌어졌던 화학제품제조업체 (주)금양의 실례를 보자. 6월중순까지 이회사 주가는 1만5,000원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초 정기주총에서 자리를 빼앗겼던 전임 회장이 경영진교체를 위한 임시주총 개최신고서를 제출한 7월6일을 전후해서는 주가가 2만3,000원대까지 올랐다. 별 호재가 없었음에도 이처럼 주가가 단기에 급등한 것은 경영권확보를 위해 전·현 경영진이 시장에서 주식매집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6월중순이전에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짭짤한 재미를 볼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증시에는 이처럼 싸움이 벌어질만한 종목과 시기를 저울질해 주식을 사들였다가 판이 벌어진뒤 팔아치우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때론 경영권분쟁 헛소문을 퍼뜨려 일반투자가들을 끌어들인뒤 차익을 남기는 「꾼」들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경영권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종목들은 주요 주주들의 지분차이가 적은 기업들을 꼽을 수 있다. 최대주주와 2대주주의 지분이 35.0%, 34.3%로 엇비슷한 대한도시가스같은 기업이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증권거래소가 얼마전 발표한 「상장법인의 지분 공동보유현황」리스트에 오른 59개 기업들도 주목대상이다. 지분의 「공동보유」란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대주주와 여타 주주가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기로 합의한 것을 말한다. 즉 59개 기업은 내외부 공격으로부터 경영권을 지켜주는 「백기사(White Knight)」를 준비해두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뒤집으면 이들 기업들 중 상당수가 경영권다툼 발생의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이라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김빠진 증시에서도 틈새를 찾으려 애쓰는 투자자라면 「싸움판에 떡고물 있다」는 경험법칙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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