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核가지면 美 영향력 준다”/75년 3월 美 “한국 10년내 제한적 核개발 가능”/75년 5월朴 대통령 면담 “미사일 보유 의지 확고”/75년 7월佛 시설 도입 협상… 美,차관 중단 압력/76년 1월체면 살려주며 재처리시설 포기 유도한국은 74∼76년 박정희(朴正熙)정부 당시 미군철수에 대비, 핵무기를 독자보유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했으나 미국의 압력과 설득으로 중단한 것으로 27일 밝혀졌다. 다음은 제럴드 포드 미행정부 당시 한국의 핵무기 개발동향과 관련, 주한 미대사관과 국무부간에 오간 주요 전문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이들 전문은 최근 비밀분류에서 해제됐다.
■74년 10월28일 스나이더 주한대사가 국무장관에 보낸 전문:주한 미대사관은 현재 한국의 핵무기 개발과 지대지 미사일 개발동향에 관한 분석을 준비중이다. 록히드사는 프랑스의 경쟁상대가 있기 때문에 한국과의 고체연료 공장문제에 대해 우리가 빨리 움직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미사일 고체연료 문제는 한국의 핵개발이나 장거리 미사일 문제와 분리시켜 대처하는게 바람직하다. 록히드사 관계자는 캘리포니아의 로켓추진연료공장을 곧 폐쇄하려고 했는데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가 추진연료공장에 착수했다는 점을 크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록히드사가 한국 국방산업에 발을 들여놓으면 미국 행정부는 매우 중요한 분야에서 앞으로 계속 관여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지도할 수 있다. 한국이 단거리미사일을 개발할 가능성은 매우 높지만 이 것이 반드시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록히드사의 판매건은 미사일·핵 문제와는 별개로 다루는 것이 옳다고 보이지만 한국이 다음단계를 추진하기전에 미국과 협의하기를 원한다는 점을 한국정부에 명확히 해야한다.
■74년 12월11일 로버트 잉거솔 국무장관 대행이 주한 미대사관에 보낸 전문:한국의 핵개발 의도에 관한 주한 미대사관의 훌륭한 분석에 감사한다. 우리는 정보기관들에게 한국의 현재 능력과 향후 잠재력에 관한 평가를 요청했다.
■75년 2월 4일 국무부의 백악관에 대한 보고 전문:록히드사의 로켓추진 기술판매를 국방부가 승인했으나 국무부는 승인반대라는 종전 입장을 다시 확인한다.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국의 국방과학 연구소는 록히드·맥도널 더글러스와 동시에 접촉해 왔다.우리가 록히드의 기술을 팔면 한국은 시간과 비용을 덜 들이고 미사일을 생산할 수있는 시설을 갖출 수 있다. 한국국방과학 연구소는 미사일 뿐만아니라 핵무기를 개발하라는 지시를 박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
■ 5년 2월 14일 스나이더 주한 대사가 국무장관에게 보낸 전문:미국이 한국 국방산업에 발을 들여놓고 이를 앞으로 영향력 행사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제3국에 대한 무기판매를 효과적으로 막기 어렵고 프랑스는 한국에 핵개발장비를 팔기 직전에 있는 상황이다.
■75년 3월4일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의 전문:한국이 핵무기 개발의 초기단계를 진척시키고 있다는 대사관의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정보기관의 합동연구 결과한국은 10년내에 제한적인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의 핵개발은 인접국가, 특히 북한과 일본에 영향을 미친다. 또 소련과 중국이 북한에 대해 유사시 핵무기 지원을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와함께 한국이 핵무기를 갖게되면 한·미 안보관계에 불가피하게 영향을 미칠것이다. 한국의 핵보유는 박대통령이 미국의 군사력과 안보공약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싶어하는 욕구로 발전할 것이다.
미국의 정책은 핵무기 확산에 반대하되 핵발전소나 연료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규정에 따라 계속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와 관련해 영국, 프랑스, 캐나다,서독, 일본, 소련 등과 비밀회의를 제안했다. 프랑스만이 아직 동의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기본목표는 핵무기와 운반체계를 개발하려는 한국의 노력을 좌절시키는것이다. 민감한 기술과 장비에 대한 한국의 접근을 금지하고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또 한국의 핵관련시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75년 5월1일 스나이더 주한 대사가 국무장관에 보낸 전문: 어제(4월30일) 박 대통령과 면담한 결과 박대통령은 한국의 미사일 생산능력에 관한 확고한 입장을 표명했다.
박 대통령은 록히드사의 고체연료 공장도입을 미국이 동의하지 않고 있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주한미군 철수에 대비, 북한의 공군기지와 주요 인구밀집 시설을 공격할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해야만 북한의 공군력 우위에 대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대통령은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할 계획이 없으며 최신형 전투기 개발 계획도 없으나 미국으로부터 직접 도입하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면 공동조립 생산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75년 7월2일 잉거솔 국무장관대행이 주한 미대사에 보낸 전문:한국은 프랑스와 실험용 핵재처리시설 도입을 협상중이다. 한국의 핵무기 보유는 매우 위험하며 미 국익에 직접적 피해를 주게 될 것이다. 한국이 핵재처리시설 도입을 중단하지 않으면 고리 2호 원자력발전소 건설지원을 위한 미국 수출입은행의 융자에 대한 의회승인에 미 정부가 보증을 설수 없다. 캐나다·프랑스는 한국과의 핵협력에 미국과 조율할 의사를 시사했다. 미국은 미국산 사용후 핵연료재처리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릴수 있다는 사실을 한국측에 상기시켰다. 한국은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정부의 핵재처리시설 도입의사에 우려를 표명하고 강행할 경우 고리2호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수출입은행 융자등 미국의 협력을 위태롭게 할 것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한국의 고리 2호기 원자로 구입과 관련한 미 수출입은행의 1억3,200만달러 융자와 1억1,700만달러의 지급보증은 현재 미의회에 제출돼 있으며, 우리는 이러한 계획이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고 비확산정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75년 10월31일 스나이더 주한 대사가 국무장관에 보낸 전문:한국정부가 미측 촉구를 거부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라고 판단된다. 국가적 자존심과 일본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박대통령은 생각하고 있다. 한국과학자들이 핵 재처리의 경제·기술적 가치를 과장 보고했으며 이를 번복할 경우 체면과 직위에 흠이 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한국정부는 핵에너지를 확보할수 있는 시장이 넓어 미국이 아니라도 사용후 핵연료를 충당할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부는 결국 미국이 한국측 의사를 지지할 것이며 재정융자와 원자력발전소 건설등에 협력할 것이라는 기대 혹은 희망을 갖고 있다. 한국정부는 미국의 대한 안보공약에 대한 불신감을 갖고 있으며 미국의 핵우산이 제거될 경우 핵억지차원의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박대통령의 판단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철수에 대해 우려할 경우 급박한 사태에 대해 한국정부측과 긴밀히 협의할 의사가 있음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 박대통령의 협력없이는 핵에너지 분야뿐 아니라 여타 양국관계도 타격을 받게 될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75년 12월10일 스나이더 주한 대사가 국무장관에 보낸 전문:다음주 박대통령과 예정된 면담을 앞두고 가급적 속히 함병춘(咸秉春) 대사에게 미측의 명확하고 단호한 입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75년 12월16일 스나이더 주한 대사가 국무장관에게 보낸 전문:한국정부의 과기처차관이 면담을 희망해 대화를 나눴다. 한국의 의도는 프랑스산 재처리시설도입을 포기할 경우 이득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한 것일수 있다. 재처리시설 도입포기 때 미국으로부터 상응하는 대가를 확보하기 위한 전술적 행보일 수도 있다. 아울러 미국의 대답이 없으면 미측의 프랑스산 재처리시설 도입불가 주장을 희석시키려는 의도일수도 있다. 김정렴(金正濂) 비서실장을 접촉한 결과 한국정부는 미측이 입장을 밝히기 전까지 최종 결정을 보류할 것임을 확인했다.
■76년 1월5일 스나이더 주한 대사가 국무장관에게 보낸 전문:재처리시설 도입이 양국간 마찰 혹은 한국정부의 체면이나 박대통령 개인의 권위손상없이 성취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따라서 기존 지시사항을 아래와 같이 수정하기 바란다.
1.미국은 한국정부가 핵 재처리시설 도입을 재고키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
2.미국의 우려와 양국관계에 미칠 심각한 영향을 감안해 준 데 감사한다.
3.미국은 한국정부가 핵재처리시설 도입을 최종적으로 포기할 것을 희망한다.
4.한국정부가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경우 미 의회의 의혹이 심화돼 고리2호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융자에 미 정부가 보증할수 없다.
5.한국이 미측 입장을 존중해줄 경우 미국은 민감하지 않은 분야에서의 핵협력에 노력할 것이다.
6.양국간 핵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가까운 시일내 미측 전문인력을 파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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