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수돗물 공급처럼 대도시 사람들에게 절실한 문제는 없다. 그런데도 산업화와 하수·폐수 처리부실로 상수원 오염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때 국민회의가 밝힌 식수전용댐 건설 구상은 귀가 솔깃할 만하다. 그러나 그 구상은 또 하나의 정치적 즉흥성이 빚은 아이디어가 아닌가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그 구상에 따르면 서울 부산등 대도시의 상수원인 한강과 낙동강을 비롯, 4대강 상류에 여러개의 식수전용댐을 만들어 이들 댐에서 파이프를 통해 직접 시민들에게 물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식수용 전용댐 혹은 저수지에서 나온 물을 정화과정 없이 소비자에게 보내는 직결급수는 더할나위없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그 방법은 지리적 여건과 서로 맞지 않으면 경제적·환경적으로 큰 문제점을 안게 된다.
우선 수도권의 경우에는 전용댐을 만들 적지가 마땅치 않다. 정화과정 없이 직결급수를 하는 미국 뉴욕시의 경우에는 도심에서 200㎞ 떨어진 심산유곡에 저수지를 만들어 사람의 접근을 일절 금지하고, 도수로를 통해 소비자에게 물을 공급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북한강의 비무장지대등 한강상류를 생각하는 모양인데, 과연 1,800만 수도권을 충족시킬 수량을 확보할 수 있는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의심하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비용계산이다. 국민회의는 앞으로 팔당호 수질개선을 위해 투입해야 할 돈과 그 효과를 저울질해 볼 때 식수전용댐 건설이 최적의 방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만약 적지만 있다면 댐자체의 건설은 그 계산과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형 수도관을 댐에서 수도권까지 연결하고, 현재의 상수도관과는 별도의 식수전용 파이프를 깔아야 하는 방대한 작업을 과연 우리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우리는 그 구상이 환경적 측면에서도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즉 식수전용댐 건설로 하류지역의 개발제한을 풀 수 있고, 상류지역 주민과의 마찰을 피할 수 있다는 정치적 고려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오늘의 편리함으로 내일의 위험을 사겠다는 근시안적 발상이다. 만약 한강수계의 개발제한을 풀고 오염규제를 완화한다면 한강은 삽시간에 걷잡을 수 없이 오염되고 말 것이다.
상수원을 상류로 옮기면 하류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관점에서 문제를 보아서는 안된다. 강물을 지금보다 더 맑게 유지하되 산속의 맑은 물을 시민에게 공급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을 때 전용댐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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