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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패권주의와 투기자본/李贊根 인천대 교수·무역학(한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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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패권주의와 투기자본/李贊根 인천대 교수·무역학(한국시론)

입력
1998.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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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자유화 허울 내세운 미국의 무모한 달러패권 고집/세계 경제 동시혼란 내몰아지난 50년간 미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5% 수준에서 불과 2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하락했다. 그만큼 미국의 경제적 위상은 크게 실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외적 패권의지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냉전 종식이후 더욱 강화되었다.

실력이상으로 힘을 행사하기를 원하는 미국은 새로운 힘의 원천을 필요로 했다. 새로운 지렛대로 등장한 것이 다름아닌 자본자유화라는 이념의 전파였다. 미국은 세계은행과 IMF를 내세워 혹은 WTO와 OECD를 움직여 무차별적으로 자본자유화를 확산시켰다. 현재 개도국들을 중심으로 외환금융위기가 폭넓게 확산되고 있는 까닭은 80년대말 이후 이들 나라들이 광폭한 투기자본의 바다를 향해 자본규제의 빗장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밀물과 같이 밀려들어 왔던 단기적 투기자본이 무언가의 이유로 썰물과 같이 빠져나가게 되면 거품이 터져버린면서 금융외환 위기가 발생한다. 다시말해 단기적 투기자본의 광폭성을 허용한 자본자유화야말로 1980년대 이후 세계각지에서 70여 차례에 걸쳐 발발한 외환위기의 주범이다.

이때 미국이 전략적으로 노린 것은 일단 위기가 터지고 나면 위기당사국들이 거의 예외없이 미국의 요구사항을 전폭 수용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달러화가 국제 상거래를 지배하는 현실에서 다른 대안이 없기때문이다. 이처럼 미국은 달러를 일종의 폴리티컬 머니(Political money)로 활용함으로써 패권주의를 구현하고 있다.

그러나 사정이 바뀌고 있다. 아시아 위기가 러시아, 중남미로 확산을 거듭하면서 투기자본을 규제해야 한다는 국제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미국내의 양심적 학자, 유럽의 신세대 정치인, 심지어 국제투기꾼인 조지 소로스도 자본자유화의 첨병인 IMF를 비판하고 나섰다. 홍콩은 세계자유도시라는 이미지에 먹칠을 하면서까지 외환규제를 실시했고, 말레이시아와 러시아는 고정환율제로 복귀했다.

이러한 사태 변화에 맞추어 미국이 앞장서서 규제장치를 마련할 것인가. 언론은 클린턴 미 대통령이 제시한 7개항의 위기대책, 특히 우리나라등 금융비주도국들도 참여하는 G22 회담 소집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과연 국제금융체제의 개편이 이루어질 것인가.

금융경제사의 대가인 미국의 킨들버거 교수는 일찍이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전통적으로 금융위기만큼 경제학자들간에 자주 거론된 테마는 없었다』. 논의에 논의를 거듭할 뿐 구체적인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 현실을 꼬집은 말이다. 나아가 킨들버거 교수는 1929년 발발한 세계대공황이 10년을 지리하게 끌다가 결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비극으로 귀결된 까닭을 국제적 리더십의 부재에서 찾았다. 세계패권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행하던 과정에서 힘의 공백, 즉 책임의 공백이라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뼈아픈 지적이다.

최근 세계 대공황의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미국 일본 독일 3국의 공동금리인하론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혼자의 실력으로는 문제해결이 여의치 않다는 점을 미국도 인정하고 있다. 여기서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국제적인 리더십의 권한은 일본 독일과 나누어 갖는 것을 거부하면서 문제해결의 부담만을 나누어 질 것을 요구하는 미국의 태도이다. 단언컨대 세계적인 권력구조의 개편이 고려되지 않는 한 국제금융시스템의 혁명적인 변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 미국이 나서서 달러패권을 희생할 의사도 없거니와 이를 요구할 외부의 결속도 없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가 맞고 있는 외환위기가 일회성의 위기가 아니라고 우려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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