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도둑이 되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다섯 가지의 도가 있다. 성(聖) 용(勇) 의(義) 지(知) 인(仁)이다. 성은 남의 집안에 있는 재물을 밖에서 추측할 수 있는 재능이며, 용은 무리에 앞장서서 남의 집에 들어가는 용기를 말한다. 의는 도둑질을 마친 뒤 맨나중에 나오는 행위이며, 지는 도둑질의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능력이다. 인은 훔친 물건을 공평하게 나눠 갖는 마음자세이다」중국 역사상 가장 큰 도둑으로 불리는 도척이 밝힌 도도(盜道)의 내용이다. 사마천(司馬遷)은 도척을 사기에 대도(大盜)로 기록했고 도가(道家)의 시조인 장자(莊子)는 그를 성인으로 일컬었다. 비록 도둑질로 먹고 살았지만 사리사욕을 채우지 않았고 부하들에게 신의를 지켰기 때문이라고 역사는 전한다.
요즘 사정대상에 오르내리는 정치인, 「먼저 보는 자가 임자」였음이 밝혀진 농어촌구조개선기금 비리연루자, 외화를 빼돌려 미국LA에 호화주택을 사들인 재벌총수 등의 행태를 보고 도척이 살아 있다면 뭐라고 말했을까. 좀도둑만도 못하다고 비웃었을 것이다. 모두 제 뱃속만 채우기에 여념이 없으니까.
IMF체제 이후 끝간 데 모르는 고통의 터널에서 허우적대는 대다수 국민은 「힘있는 자」와 「있는 자」들의 행태를 보면서 절망한다. 하지만 절망하지 말자. 부패의 사슬을 끊는 힘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개개인의 힘은 미약할지라도 뭉치면 크다. 경우는 다르지만 경실련이 시민 1,133명 명의로 국회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적지 않은 위안을 준다.
법원은 피고가 된 의원 283명 전원(국무위원 겸임의원 및 7·21재보선 당선자 제외)에게 소환장을 발부하면서 『시민들이 국회의 파행운영으로 물질·정신적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만큼 국회의원들의 책임여부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은 국민의 집약된 힘이 시민단체를 통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부금등이 주수입원인 시민단체들 역시 경제한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시민단체를 지원하고 우리 모두 눈을 똑바로 뜨자. 깨어 있지 못한 국민은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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