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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불법복제품 2조7,0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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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불법복제품 2조7,000억

입력
1998.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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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통신·대학가에서 디자인학원·건축사무소까지/수백·수천만원짜리가 단돈 몇만원에 매매/작년 복제율 67% “여전히 불법천국”자정이 넘은 시간, 주요 PC통신 공개방에는 수많은 메시지가 떴다 사라지는 숨바꼭질같은 일들이 매일 반복된다.

「CAD용 00제품, 페인트숍 00제품…, CD롬 0만원급매. 00은행 000앞 입금요망. 호출기번호 000­0000­0000」

이러한 메시지는 다름아닌 수백만원, 수천만원어치 소프트 웨어를 단돈 몇 만원에 팔겠으니 사라는 내용들이다. 불법소프트웨어 제품들을 유통시키는 이런 메시지가 뜨고 사라지는 시간은 대략 수분정도. 법망을 피하기 위해 올렸다가 금새 지우기 때문에 파악조차 쉽지않다.

또 거래가 개인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도 어렵다. 이와 비슷하게 대학가에는 개학때만 되면 이런 비슷한 광고전단들이 캠퍼스 곳곳에 널려다닌다. 대부분 몇 만원에 파는 CD롬에는 고가의 소프트 웨어들이 많게는 십여개씩 들어있다.

개인뿐 아니다. 지난해 전국의 주요 디자인학원과 건축사무소들이 제품당 2,000만원을 호가하는 컴퓨터자동설계 프로그램인 CAD를 불법복제 사용하다 무더기 적발된 사례는 기업의 불법복제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최근 일반인들의 관심을 모았던 한글과컴퓨터(한컴)사태의 근본원인도 바로 불법복제이다. 90년대초 한컴의 매출은 정부의 소프트 웨어 불법복제단속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여준 바있다. 단속의 고삐를 바짝 죄던 때에는 매출이 200억원대에 육박하던 한컴의 매출은 단속이 느진해지기 시작한 95년이후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물론 신제품개발이나 마케팅 등도 매출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가장 큰 요인은 결국 불법복제때문이란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미국 사무용 소프트 웨어협회(BSA)와 소프트 웨어 저작권협회(SPA)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불법복제현황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불법복제율은 67%. 91년 86%에 비해 크게 개선된 수준이지만 20%대인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불법천국인 셈이다.

국내 소프트웨어시장규모는 지난해기준 시스템통합(SI) 2조8,000억원, 패키지 소프트 웨어 1조2,000억원 등 총 4조원규모. 이 가운데 2조7,000억원어치가 불법으로 복제된 가짜제품이 차지한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도저히 소프트 웨어 비즈니스를 할 수가 없습니다. 팔 데가 없어요. 대다수 업체들이 내수시장을 포기하고 외국으로 나가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정부의 단속강화로 기업들의 복제품 사용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체와 소규모 업체, 개인PC이용자들은 여전히 불법복제의 온상이다.

소프트 웨어 복제가 줄어들지 않는 원인은 「소프트 웨어는 공짜」라는 의식때문이다. 결국 필요하면 언제든 카피해 사용하면 된다는 컴퓨터사용자들의 의식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 소프트 웨어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불법복제는 물건을 훔치는 것과 같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며 『정품사용만이 21세기 최대 고부가가치분야인 소프트 웨어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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