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제대신 점수제 첫 채택 공정성 높여제25회 한국음악콩쿠르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3개 부문으로 나뉘어 한국일보사 12층 강당에서 21∼23일 예선, 24∼25일 본선을 치렀다. 한국일보사 일간스포츠 안익태기념재단이 공동주최한 경연에는 중고생 62명(피아노 33, 바이올린 15, 첼로 14명)이 참가했다. 본선진출자는 피아노 9, 바이올린 6, 첼로 5명이었다.
올해 본선심사는 투표제로 운영됐던 예년과 달리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점수제를 채택했다. 심사위원마다 최하 10점에서 최고 25점까지 점수를 매긴 뒤 연주자별 최하·최고점을 하나씩 뺀 나머지 점수를 합산, 등위를 결정했다. 또 심사위원과 연주자를 차단했던 가림막을 없애 연주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함으로써 심사의 정확도를 높였다.
<본선 심사위원> ▲피아노=손국임(孫菊任·숙명여대 교수·심사위원장) 박미애(朴美愛·성신여대 교수) 함영림(咸泳林·이화여대 교수) 계명선(桂明仙·추계예대 교수) 김영호(金永晧·연세대 교수) 강충모(姜忠模·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구자은(具滋恩·서울대 강사) ▲바이올린=이재헌(李在憲·전 연세대 교수) 백운창(白雲昌·숙명여대 교수) 이재민(李在民·추계예대 교수) 박재홍(朴宰弘·경원대 교수) 윤경희(尹景禧·세종대 교수) 최인철(崔仁哲·관동대 교수) 김화림(金和林·서울대 강사) ▲첼로=윤영숙(尹英淑·서울대 교수) 박경옥(朴京沃·한양대 교수) 박윤수(朴倫秀·추계예대 교수) 채희철(蔡熙徹·숙명여대 교수) 임경원(林慶園·성신여대 교수) 임해경(林海京·충남대 교수) 김지훈(金志勳·단국대 강사) <오미환 기자>오미환> 본선>
□심사평
◎피아노/곡 소화능력 길러야
예년보다 수준높은 학생이 많았다. 아쉬운 것은 전체적으로 테크닉은 뛰어나지만 음악적인 면에서 개성없이 규격화한 연주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연주는 감동을 줄 수 없다. 빠르고 강한 연주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한 음 한 음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연주란 단순히 악보를 재생하는 게 아니고 해석을 거쳐 자기 것으로 소화한 다음 마음과 혼을 담아 전달하는 재창조과정이다.
본선곡인 베토벤 「영웅변주곡」연주의 핵심은 각 바리에이션의 다양한 특색을 잘 표현하면서 곡 전체의 흐름을 통일성있게 끌고 나가는 것이다. 대상을 받은 김경아(서울예고 2)는 음악에 몰입해 치밀하고 절도있게 곡을 소화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깨끗한 톤이 특히 빛났으며 각 바리에이션의 성격을 잘 살려 설득력있는 연주를 들려줬다.
다만 바리에이션 각각을 다듬다 보니 전체적 통일성을 구축하는 데는 아쉬움이 있었다.<심사위원장 손국임 숙대음대 교수>심사위원장>
◎바이올린/참가자 실력 상당 수준
전반적으로 중고생으로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어 한국음악계의 밝은 미래를 보는 듯 했다. 예선 15명 가운데 2명 정도는 미흡했지만 나머지는 상당한 실력을 갖고 있으니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실망하지 말고 용기를 갖고 꾸준히 공부하기 바란다.
본선곡은 비외탕의 협주곡 4번이었다. 동상 박신영(대전예고 1)은 3악장의 악구처리가 매우 부자연스럽고 비브라토가 전악장을 통틀어 너무 흔들렸지만 음악을 할 수 있는 선천적 소양이 뛰어났다. 은상 이지영(서울예고 1)은 전체적으로 표현능력을 좀 더 신장시켰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으나 3악장 연주는 두드러지게 깨끗했다. 금상 이현웅(서울예고 1)은 활의 밀착도가 약해 소리가 충분히 울리지 않고 표현의 변화가 적어 지루한 감을 준 단점이 있지만 기교 구사력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대상 유자은(예원학교 3)은 때로 음정이 좀 불투명한 것을 제외하고는 아주 좋은 연주를 들려줬다.<심사위원장 이재헌 전 연세대 교수>심사위원장>
◎첼로/大賞 테크닉 돋보여
바흐의 무반주모음곡 1번(예선)과 엘가협주곡 3·4악장(본선)이 지정곡이었던 이번 콩쿠르는 참가자 전원이 각자의 기량과 잠재력을 보여준 인상깊은 무대였다. 예선참가자들은 대체적으로 바흐 곡을 잘 다루지 못했으나 본선의 엘가협주곡은 예상 밖으로 탁월한 연주력과 성숙한 음악성으로 연령을 무색케 했다.
특히 대상의 이유정(서울예고 3)은 숙련된 테크닉으로 음악의 문법을 정확히 구사해 돋보였다. 엘가가 작품에 담고자 했던 내면적 의미를 불필요한 꾸밈 없이 아주 경제적 어법으로 제대로 전달한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금상의 김준환(예원학교 3)은 나이가 어린데도 풍부한 표현력으로 뛰어난 연주를 했다. 때때로 오른팔이 긴장돼 의도한대로 소리가 안나는 문제를 보완하면 한 단계 더 올라갈 것이다. 본선에서 탈락한 강서영(서울예고 1)도 약간의 준비부족 외에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연주를 했다. 계속 정진하기 바란다.<심사위원장 윤영숙 서울대 교수>심사위원장>
□대상 수상자 3인 인터뷰
◎피아노 김경아·서울예고 2/“기교보다 음악적 느낌 살리려 노력”
본선곡인 베토벤 「영웅변주곡」은 좀 어려운 곡. 김양은 『테크닉적인 면보다 음악적 느낌을 살리려고 애썼는데 그러다 보니 테크닉문제도 많이 해결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번 콩쿠르를 위해 병까지 나며 열심히 지도해주신 선생님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청중이 저절로 빨려들어 감동받는 연주를 하고 싶다』는 김양이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는 아르헤리치와 아슈케나지. 『아르헤리치는 남성적 힘이 있으면서 섬세할 때는 아주 섬세하고, 아슈케나지는 소리가 너무 예뻐서』다. 피아노는 다섯살때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때 한국음악콩쿠르에서 금상을 받았는데 이번에 대상을 차지했다.
◎바이올린 유자은·예원학교 3/“편안하면서도 개성적인 연주하고파”
이번 콩쿠르에서 중학생으로는 유일하게 대상을 받았다. 대중음악 그룹 H.O.T를 좋아해 그들의 새 앨범을 사러 가겠다는 소녀. 바이올린 케이스 안쪽에 H.O.T멤버 강타의 사진을 붙이고 다닌다.
4세부터 피아노를 치다가 사촌언니들이 하는 것을 보고 졸라서 7세때 바이올린으로 바꿨다. 『편안하면서도 개성적인 연주를 하고 싶다』는 유양은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 정경화, 안네 소피 무터를 좋아한다. 연습할 때는 악보를 정확히 보려 노력하고 다른 사람 연주를 많이 들어본다. 활달하고 둥글둥글한 성격. 『연습하느라 놀 시간이 모자라 속상하다』면서도 틈틈이 책을 본다.
◎첼로 이유정·서울예고 3/“활의 기교 아직 부족… 보완 필요 느껴”
『좋은 연주자가 되려면 공부, 연습 뿐 아니라 다방면에 많은 경험도 필요하고….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처음엔 피아노, 바이올린을 했으나 싫증이 나서 9세때 첼로로 바꿨다. 『첼로는 연주자세가 편안하고 소리도 편안해서 좋다』고 말한다. 자신의 연주는 『활의 기교가 많이 부족해 보충할 필요를 느낀다』고 자평한다.
영화를 무척 좋아해 비디오 보는 게 취미. 첼리스트로는 로스트로포비치, 조영창, 정명화를 좋아한다. 중학교 2년을 빼곤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미국서 5년, 유럽서 3년 넘게 살다 올 여름 돌아와 서울예고에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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