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불편한 나라’ 벗어나야/19곳 관광특구 후속지원책 필요지난 1월 김포공항에서는 입국대기중이던 태국인 57명이 되돌아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까다로운 입국심사와 장시간 대기에 지쳐 발길을 돌린 것이다. 그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IMF시대 효자산업」 「고부가가치 청정산업」으로 불리는 관광업. 하지만 한국은 「비싸고 불편하고 볼 것 없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97년의 외국인관광객은 400만명을 넘지 못했고 수입은 52억달러 남짓 했다. 홍콩 800만명(93억달러) 싱가포르 650만명(80억달러) 태국 720만명(87억달러)과는 게임이 되지 않는다. 94∼97년의 관광수지는 매년 2억∼11억달러의 적자였다.
한국이 관광후진국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많지만 잘못된 정책을 제일 먼저 꼽는 사람들이 많다. 입·출국문제는 오히려 사소한 일이다. 정책의 근간인 관광객유치, 인프라(기반시설)와 유흥시설 확충에서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 거의 없다.
제주에 온 중국단체관광객들은 밤에 갈 곳이 없어 헤매다 호텔로 들어가곤 한다. 특출한 관광자원과 볼거리, 놀 거리는 없는데 음식값은 세계 4위, 방값은 21위이다. 외래객 유치를 위해 지정한 19개 관광특구는 특화방안이나 지원책이 없어 내국인의 심야유흥지역으로 전락, 지역사회의 골칫거리가 됐다. 문화관광권 중점육성도시니 국제회의도시등을 지정만 할뿐 후속조치가 없다.
기본 정보제공·안내·편의시설도 빈약하다. 외국인들은 「도로 간판 가격표등 안내표지 부족」을 늘 불편사항 첫번째로 꼽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호텔객실 부족이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지난 해 7월 이후 도산한 호텔이 119곳이나 되는데 대책이 없다. 새로 호텔을 지으려면 35개 관련법의 86개 조항을 통과해야 한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는 28일 한국관광공사에서 300여 회원업체가 참가하는 「전국관광호텔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말이 토론회지 사실상 정부에 항의하려는 행사이다.
우리나라에는 관광정책을 힘있게 추진할 중심기관이 없다.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는 예산확보나 얽히고 설킨 규제망을 조정하는 힘이 약하다. 관광정책에 관한 최고 심의기구는 관광정책심의위원회. 문화관광부는 10개 부처 차관으로 돼 있던 구성원을 8월에 11개 부처 차관과 관광업계 단체장들로 확대했다. 민간이 새로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위원회는 총리실 산하이지만 위원장이 문화관광부장관이다 보니 힘이 없다. 실제로 76년 발족 이후 이렇다 할 기능을 하지 못했고 개편 이후에도 회의 한 번 열지 못했다.
27일은 제25회 관광의 날. 정부는 하루 전인 26일, 2001년을 「한국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500만명 유치계획을 밝혔지만 지금과 같은 식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한국관광학회장인 김사헌(金思憲) 경기대교수는 무비자입국을 확대하고 외국인들의 기본오락인 카지노등 야간관광의 핵심이 되는 엔터테인먼트상품을 개발할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외국처럼 대통령이 정책심의위원회까지 관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격적인 정책과 과감한 발상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최진환 기자>최진환>
◎“2001년 한국방문의 해” 선포/金 대통령 관광촉진대회서/“500만명 유치 70억弗 수입”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제25회 관광의 날 기념식을 겸해 열린 관광진흥촉진대회에서 2001년을 「한국방문의 해」로 선포했다. 김대통령은 신낙균(申樂均) 문화관광부장관이 대독한 선포문을 통해 『오랜 전통문화와 아름다운 자연이 잘 어우러진 동방의 나라 한국에 세계의 여러분을 자신있게 초대한다』며 『우리는 「한국방문의 해」를 통해 화합하는 인류, 평화로운 세계 건설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는 이에 따라 2001년에 외국관광객을 500만명 유치, 70억 달러의 외화수입을 올리기로 하고 남북한연계 관광코스 개발과 무비자입국 확대를 통해 월드컵축구와 부산아시아경기대회가 열리는 2002년까지 한국관광붐을 조성키로 했다. 문화부는 10월초 「2001년 한국방문의 해」전담조직을 구성, 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정영삼(鄭永三) 한국민속촌 대표이사와 심완보(沈琬輔) 코오롱고속관광 대표이사가 각각 동탑·석탑산업훈장을 받는등 유공자 114명이 훈·포장과 표창을 받았다.<서사봉 기자>서사봉>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