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출범하는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의 조직정비와 인선작업이 최근 마무리됐다. 보건복지부는 227개 지역의보조합과 19개 공무원·교직원의보공단 지부를 통폐합, 일선조직을 161개 지사로 줄였다. 기존 조직의 35%를 감축, 「거품을 걷어내고 효율을 높였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거품제거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조직의 통합으로 「자동 퇴출」될 지역조합 대표이사들이 슬그머니 자리를 꿰차고 앉았기 때문이다.복지부는 227명의 대표이사 중 임기가 만료된 85명을 제외한 전원을 신설 공단 지사장으로 재임용했다. 「1급 별정직」이라는 직제에도 없는 직책까지 만들어 낸 특채형식이었다. 신임 지사장들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2개월이 남은 대표이사 임기까지 자리가 보장됐다. 이들이 의보통합 논의과정에서 가장 거세게 반발한 「기득권 세력」이고 보면 결국 의보공단의 구조조정은 기득권집단의 판정승으로 끝난 셈이다. 신설 공단 안팎에서 이들의 잔여임기 보장에 반발이 거센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 공단직원은 『대표이사는 조합 운영위원회에서 뽑는 선출직인만큼 조합이 해산되는 시점(30일)에 임기가 끝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한창 일해야 할 젊은이들도 직장을 잃는 판에 국가가 순수 연봉만 5,000만원이 넘는 사람들의 기득권만 보호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도 복지부와 공단측은 『지난해말 제정된 국민의료보험법 부칙에 고용승계가 명시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민간부문에는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강요하면서, 공공부문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예외」를 둔다면 어느 국민이 정책을 신뢰할 수 있을까. 신설공단의 출범은 직장의보까지 포함한 의보대통합(2000년)의 성패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조직은 없어져도 잉여인력은 살아남는 것이 의보통합 방식이라면 우리 의보개혁의 앞날은 암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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