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는 없다” 뛰고 또 뛰어야/부처간 정책순위 이견접고/“수출없인 나락뿐” 상황 인식할때수출드라이브정책의 성공을 위한 왕도는 없다. 달러를 한푼이라도 벌어들일 수 있는 정책이라면 모두 동원하는 수밖에 없다. 국정운영의 최우선순위를 수출촉진에 두라는 지적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이미 수출총력체제를 선언, 수출을 매일매일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관계당국이 이를 어떻게 실천하느냐이다. 최고통치자인 김 대통령이 강력한 수출드라이브의 의지를 천명했는데도 김대통령의 「수족」이라할 정부당국이 이를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의지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아이디어가 없는 것일까. 「수출을 하려는 의욕도, 수출을 진흥하려는 의지도 없는 진공상태」, 이게 바로 우리나라 수출업계의 현주소다. 수출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과거처럼 화끈한 지원책을 동원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며 『문제는 정부당국자들이 이를 핑계로 동원가능한 정책마저 동원하려 하지 않는데 있다』고 말했다.
수출산업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한국경제가 다시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는데도 정부의 수출대책은 「말의 성찬」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하루가 멀다하고 업종별 단체, 종합상사 중소기업 관계부처기관들을 소집, 수출대책회의를 갖고 있지만 결과는 새로운 것이 없다. 수출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의 박태영(朴泰榮)장관은 간담회와 기자회견를 통해 수출지상주의를 외친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대책회의에 참석한 그 누구도 당국의 대책들이 수출을 살릴 수 있다고 믿지 않는데 있다. 박 장관 자신이 과연 대책의 실효성을 믿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불신의 정점에는 정책우선순위에 대한 이견이 자리잡고 있다. 『종합상사에는 여신한도를 풀어줄 수도 없고 무역금융을 줄 수 없다. 국제규범에도 어긋나지만 대기업구조조정을 망칠 수 있다』『당장 쓰러질 것 같은 부실기업에게 보증이나 대출을 해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는 담당부처의 입장만 나타날 뿐이고 수출에 대한 절박함은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 전체수출의 절반이상을 맡고 있는 종합상사들은 정부가 겉으로는 수출보국(輸出報國)을 외치지만 실천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모상사의 고위 관계자는 『매주 한번꼴로 대책회의에 참석하지만 이미 짜인 시나리오대로 찔끔 찔끔 생색을 낼뿐』이라며 『더 황당한 것은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공정거래위와 국세청 조사, 검찰내사 등으로 뒤통수를 치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산업자원부장관은 「수출에 미친 장관」이 되어야 하고 산자부 실무자들은 수출현장을 직접 뛰어 다녀야 한다. 대통령이 수출을 직접 챙기겠다고 천명했는데도 주무부처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 정책은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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