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25일 여야는 국회를 떠난 장외에서 원색적 독설을 주고받으며 격렬한 대치를 계속했다. 한나라당은 대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현 정권의 실정과 야당파괴를 강도높게 성토했으며, 이에 질세라 국민회의는 대구집회가 지역감정에 불을 지피는 반개혁적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이처럼 여야 감정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어 경색정국의 조기해소는 물건너간 형편이다.◎야,집회 강행/“정치파괴행위 맞서 제2 민주화 투쟁을”/일부 의원들은 “정권타도” 극언도
한나라당은 26일 대구 두류공원에서 「김대중(金大中) 정권의 국정파탄및 야당파괴 대구·경북 규탄대회」를 열어 「TK 대공세」를 폈다. 수만명의 청중이 공원을 빽빽이 메운 대회에선 여당을 성토하는 독설들이 마구 쏟아져 극점으로 치닫고 있는 경색정국의 현 주소를 그대로 반영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정권 타도」 「대통령 하야」등의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회창(李會昌) 총재 등 연사들은 대구대회를 「내란 선동행위」로 규정한 국민회의 장영달(張永達) 의원의 발언에 대해 집중적인 반격을 가하며 청중규모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총재는 『정권의 경제실정과 한심한 안보, 그리고 민주주의 대반역을 규탄하는 것이 왜 지역감정 조장이며 내란행위냐』며 『이런 오만불손한 극언을 일삼는 여당을 여러분의 손으로 응징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현 정권의 폭압적 정치파괴 행위는 새로운 대중독재의 시발점』이라며 『국민과 함께 제2의 민주화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윤환(金潤煥) 전 부총재는 『김대중 정권은 나를 엮어넣고 TK를 무너뜨려 일당 독재체제를 만들려고 하지만 나는 결코 이대로 죽지 않을 것』이라며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처음으로 규탄집회에 나선 김덕룡(金德龍) 전 부총재는 『보복사정과 지역차별을 당장 중단하지 않으면 정권이 위태로워질 뿐아니라 경제를 망치고 민주주의를 말살한 정권으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지역정서를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발언도 없지 않았다. 권오을(權五乙) 의원은 『국민통합을 이루려면 먼저 전라도에서 야당을 당선시켜야 할 것』이라며 『전라도에서 야당을 뽑아주지 않는 한 여기서도 여당을 당선시킬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대회장 주변에는 「영남말살 제2건국 웬말이냐」 「TK자존심 김윤환은 우리가 지킨다」는 지역주의적 색채가 농후한 현수막도 적잖이 나붙었다. 소속의원 137명중 105명이 참석, 총력전을 펼친 이날 대회를 「매우 성공적」이라고 자평한 한나라당은 여세를 서울대회까지 몰고가 여당을 압박함으로써 협상국면으로의 전환을 꾀한다는 복안이다.<대구=유성식 기자>대구=유성식>
◎여,강력 비난/“세도행위 호도말고 지역감정 자극말라”/허주件은 비껴가며 청중수에 촉각 곤두
국민회의는 26일 지도부가 총출동, 『한나라당의 대구집회는 불법적인 「세도(稅盜)행위」를 호도하고 지역감정을 자극하려는 명분없는 반개혁적 행위』라고 몰아쳤다. 특히 집회이전부터 『한나라당은 대구집회에 최소한 10억원 정도를 쏟아부어 인원을 동원했다』고 미리 쐐기를 박았으며 집회 시작 후에는 수시로 현지의 청중수 등을 파악해 가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당직자들은 이날 집회의 계기가 된 김윤환(金潤煥) 전 부총재건은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세도사건」에 초점을 맞췄다. 김전부총재를 직접 거론해 TK 지역정서를 자극하기 보다 「객관적 공분소재」인 세도사건으로 한나라당을 공격하는게 전술적으로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조세형(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은 『세도사건을 저지르고 국회도 외면하는 한나라당을 과연 누가 지지하겠느냐』며 대구시민들의 외면을 유도했으며 정균환(鄭均桓) 사무총장은 『한나라당에는 군중속에서 민주투사가 된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동영(鄭東泳)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영남을 순회하며 지역감정에 불을 지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은 반개혁적 지역감정 선동세력임을 스스로 폭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민련의 박철언(朴哲彦) 부총재는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잘못된 정치로 국민들이 피눈물을 흘리게 만든 세력들이 편파사정이니, 야당파괴니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자신들의 정략적인 목적을 위해 지역감정을 선동하는 민족에 대한 범죄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열린 국민회의 당5역회의는 한나라당의 29일 서울집회까지는 여야간 물밑대화도 사실상 어렵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따라 주초부터 국회 상임위 단독운영을 강행하고 정당별 상임위 구성비율도 국회의장 직권으로 재조정하는 것을 추진하는 등 「실력행사」로 야당을 압박해 나가기로 했다. 또 상임위에서는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민생 정책현안들을 집중적으로 다뤄 한나라당의 국회 조기복귀를 유도키로 했다.<신효섭 기자>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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