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K회장·S의원…’ 대신/비리 정·재계인사 實名 비판/최근 취재성역 허물기 더불어/방송 신뢰성 높이기 노력 평가『570만달러를 호가하는 이 호화별장은 재벌총수 김○○씨의 소유…』 『식물국회라는 비판 속에서도 아무개의원은 장기외유를 떠나 사무실을 비우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치자를 일방적으로 찬양했던 우리 해바라기언론…』
방송3사의 「성역 허물기」가 확대되고 있다. 각 방송사가 시사고발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그동안 금기시해온 정치권과 재계, 그리고 언론을 취재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방송의 제모습 찾기는 시청자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의미를 지닌다.
KBS1 「KBS리포트」는 25일 「외화가 새고 있다」는 제목으로 일부 재벌의 허물어진 윤리의식을 다루면서 해당 재벌총수의 실명을 방송했다. 과거에도 재벌과 재벌총수의 비리를 지적하는 프로는 적지 않았지만 실명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제작진은 미리 『실명을 밝히지 않을 경우 제작의도를 살릴 수 없다』는 점을 경영진에게 밝히고 허락을 받았다. 23일 「뉴스9」이 예고방송을 하자 예상대로 압력이 들어왔다. 그러나 과거처럼 저항하기 힘들 정도의 압력은 아니었다. 이 프로를 담당한 KBS보도제작국 김동주 차장은 『국민정서와 반대로 가는 일부 재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했다』며 『확인된 사실을 숨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실명을 썼다』고 말했다.
SBS 「뉴스추적」은 7월말 국회를 비판하는 내용의 「정치부재」를 내보냈다. 장기외유를 떠난 국회의원사무실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비서들에게 외유의 이유등을 소상하게 물었다. 비록 해당 의원의 실명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카메라로 명패를 정확하게 잡아 누구인지 알 수 있게 했다. 방송이 끝난 뒤 제작진은 국회로부터 원망성 전화를 많이 받았다.
MBC는 27일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 사면초가에 빠진 야당의 모습을 방송한다. 건강한 야당이 있어야 건강한 여당도 존재한다는 전제 아래 우리 정치권의 치부를 가능한한 숨김없이 드러낼 예정이다.
신문과 방송등 언론 스스로에 대한 비판은 아직 조심스럽지만 시도 자체가 진일보한 자세로 평가된다. KBS 개혁리포트 2탄이 방송과 신문의 폐해를 집중 보도한데 이어 MBC는 22일 「PD수첩」을 통해 대표적 오보사례를 방송했다.
방송의 성역 허물기에는 물론 우려도 뒤따른다. 새로운 선정주의에 빠질 위험성 때문이다. MBC 「PD수첩」의 윤혁CP는 『선정주의는 방송의 신뢰성에 손상을 주므로 자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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