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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드라큘라’/즐거운 눈과 귀… 가슴은 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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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드라큘라’/즐거운 눈과 귀… 가슴은 허전

입력
1998.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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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뮤지컬을 수입해 무대화한 갖가지 토털퍼포먼스의 「드라큘라」는 먼나라 이야기는 아니었다. 1장 수도원, 2장 드라큘라의 성, 3장 드라큘라가 운영하는 카지노 등 무대세트는 관객을 압도한다. 영화 「아마데우스」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피시체의 의상 200여벌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피의 요정들의 현란한 춤은 보기 드문 기예를 자랑한다. 세미클래식부터 랩까지 다양한 음악은 거부감 없이 귀에 들어온다.그러나 관객을 한 순간에 흡인하는 절정은 없다. 록가수 신성우씨는 기대 이상의 끼를 발휘해 무대를 장악하지만 드라큘라의 복잡한 내적 갈등을 완벽하게 소화하지는 못했다. 드라큘라는 다양한 장르에서 반복적으로 다뤄지면서 선악의 대립적 구도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처럼 뮤지컬의 드라큘라백작도 사별한 아내를 못잊어 연민을 자아낸다(실제로 원작 연출자인 베드나릭은 이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모든 걸 기부받고 물세례밖에 안 주는 네놈들이야말로 도둑』이라며 수도사를 죽이고, 『내 손으로 세상을 바꿔보려 했을 뿐, 나도 희생자』라고 강변하는 드라큘라는 신에 도전하는 파우스트적 존재로까지 비친다. 그러나 이러한 미묘한 성격은 화려한 볼거리, 쉬운 연기방식에 가려버렸다.

「미스 사이공」 미국투어공연에 출연했던 이소정은 개막 전부터 목이 상해 한동안 출연조차 못했다. 세트와 의상등은 즐길만 하다. 제작진이 노력을 기울인 흔적도 역력하다. 단 감동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3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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