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액 절반 담당 불구 현장목소리 철저 외면/재벌개혁과 별개문제 적극적 지원방안 시급수출드라이브정책의 엔진이 식어버렸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한강의 기적」의 1등공신은 다름아닌 수출드라이브(수출촉진)정책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극복도, 제2의 환란(換亂) 예방도, 실업대책을 위한 일자리 창출도 수출드라이브 없이는 불가능하다. 부존자원이 없는 상태에서 엄청난 외채를 갚는 길은 수출밖에 없다. 수출증대→생산성 증가→고용증가→소득증대→투자증가→수출증가의 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소비를 부추겨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과소비가 문제였던 점을 생각하면 소비진작보다는 수출증대가 해답이다. 국제수지적자는 곧 외환부족이고 이는 수출부진으로 직결된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부족하다.
수출드라이브는 생존의 문제다. 대만이 아시아에서 거의 유일하게 IMF한파를 피할 수 있었던 것도 중단 없는 수출드라이브정책 덕분이다. 종합상사는 수출드라이브정책의 상징이자 한국 수출의 교두보다. 그 종합상사가 죽어가고 있다. 삼성물산 현대종합상사 (주)대우 LG상사 SK상사 (주)쌍용 (주)효성 등 7대 종합상사가 이 지경이라면 나머지 제조업체들의 수출기능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종합상사는 설립이후 최초로 수출과 매출액이 감소세로 돌아섰고 채산성과 금융여건도 최악이다. 각사마다 수출대책반을 가동하고 있지만 한번 떨어지기 시작한 수출실적은 회복될 기미가 없다.
종합상사의 수출액은 올 하반기 들어 급감하고 있다. 6월 62억5,700만달러에서 8월 49억4,800만달러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수출액이 7월에 18.6%나 감소한 것을 비롯, 5월이후 계속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종합상사협의회가 연초에 세운 수출목표 788억달러(전년대비 18%증가)는 이제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정부가 수출진흥을 외치면서 전체수출액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종합상사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것은 크나큰 모순이다. 종합상사의 수출기능확대와 재벌개혁을 구분하지 못한 채 종합상사가 단순히 재벌그룹의 계열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외화벌이의 첨병인 종합상사의 수출기능이 마비된 상태에서 수출확대를 바라는 것은 농민이 없는데 농업생산이 잘 되길 원하는 것과 같다.
대외여건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반도체 전자 자동차 화학 등 주요 수출제품의 단가가 올들어 19.7%나 떨어졌다.
「국민의 정부」는 수출관(輸出觀)을 바꿔야 한다. 경제운용의 최우선순위를 수출촉진에 두어야 한다. 수출드라이브에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 재벌개혁과 별개의 문제다. 정부당국자들은 수출드라이브가 완전히 죽어 제2환란이 현실화할 경우 재벌개혁도 불가능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종합상사들의 아우성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종합상사에 대해 ▲동일인 여신한도에서 제외 ▲무역어음금리 9%대 인하 ▲부채비율축소 예외인정 ▲연불수출자금 지원대상 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배성규 기자>배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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