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수는 없다. 현대가 추진하는 「금강산 관광」은 아무래도 너무 서두르는 것같다. 당초 이달 25일 첫 관광선을 띄우겠다고 말했던 현대측은 10월중순이후에나 가능할 것같다고 한걸음 물러섰다. 아직 남북간에 해결해야 할 실무적인 문제가 남아있다는 것이 이유다. 쫓기듯 서두르던 이전의 모습과는 뭔가 달라진 것같다.우리는 북한 개방정책인 「햇볕론」이 금강산 관광으로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했다. 또 잠수정침투사건에 대한 사과문제를 금강산 관광과는 연계시키지 말자는 김대중 대통령의 호소를 비판없이 수용했다. 정부와 현대가 이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하여 반세기에 걸친 분단장벽을 허물어 주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의 성급한 추진과 이를 민간차원의 문제로 넘겨왔던 정부의 태도는 마침내 혼선을 빚기에 이르렀다. 결국 북한에 이니셔티브를 뺏겼고, 출항일자까지 못박은 채 협상에 매달리던 현대는 어이없이 북한의 처분만 기다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출발일자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북한이 터무니없는 조건을 내세우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1인당 300달러씩 받기로 했던 각종수수료의 총액보장을 요구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또 장전항 부두공사비로 수천만달러를 요구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무엇이 진실이고, 왜 금강산 관광이 지체되고 있는지 정부나 현대는 그 이유를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북한은 김정일체제 출범후 더욱 예측을 불허하는 집단으로 변하고 있다. 이른바 강성대국을 선언한 이래 군부의 입김은 더욱 강화되었다. 특히 그들 정권창건기념일을 즈음해 발사한 발사체는 세계를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고 있다. 정부가 이 문제를 현대에 일임할 수만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권을 쥔 군부가 금강산개방을 원치 않는 것은 아닌지, 소위 외화벌이를 주장하는 개방세력이 강성군부에 밀린 것은 아닌지, 종합적인 판단은 정부의 몫이다.
막대한 외화가 지출되고 많은 관광객의 신변안전문제가 걸린 사업을 전적으로 민간차원에 일임할 수는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 문제에 적극개입해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고 향후대책을 세워야 한다. 북한이 개혁파 경제전문가인 김정우를 축재혐의로 총살시켰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지금이라도 차근차근 문제점을 살펴 금강산관광에 반대하는 사람이나 찬성하는 사람들을 다함께 안심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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