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역광장 노숙자 상담소 앞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희망의 집」 입소원서를 소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담 순서 배정에서 뒤로 밀린 일부 노숙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나선 것. 부랴부랴 달려온 상담본부 직원의 설득으로 발길을 돌리면서도 노숙자들은 분이 가라앉지 않는듯 했다. 『언제는 노숙자 모두를 먹여주고 재워주고 일자리도 준다더니…』서울시가 입소원서를 나눠주기 시작한 23일 저녁 서소문공원에서도 노숙자들이 원서배부를 실력저지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시는 입소원서 배부가 원활한 상담 진행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숙자들은 상담을 받고도 일부는 며칠씩 대기하는 상황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시가 굳이 고향 등 인적사항을 기록토록 한 입소원서 배부를 강행한 이유는 뭘까. 지방 출신 노숙자의 희망의 집 입소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는 22일 밤 「지방에서 새로 상경한 노숙자에게는 숙식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희망의 집 입소 혜택을 거부한다」는 엄포성 보도자료를 배포,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서울이 「전국 노숙자 집합소」가 될지 모른다는 시의 우려를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 당초 방침대로 일단 희망의 집에 입소시켜 점차 귀향을 유도해야 옳다. 내쳐진 상경노숙자들이 갈 곳은, 결국 기존 노숙자들이 떠나면서 빌 서울역광장뿐이다.
더욱 큰 문제는 아직 눈치만 보고 있는 많은 노숙자들이 시 대책을 불신, 상담과 쉼터 입소를 거부할 지 모른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대책도 노숙자들이 응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니 언론이 도와달라』(17일 고건·高建 시장),『(입소원서 배부를 통해) 희망의 집이 아무나 가는 곳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24일 서울시 모국장). 불과 일주일 사이에 이렇게 말이 달라진다면, 누군들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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