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최종태씨는 91년 11월 스승의 조각이 복원되는 현장에서 두 팔을 어깨 만큼 벌려 보이며 말했다. 『12년 동안 우리가 당국에 보낸 탄원서와 회신을 합치면 이 정도는 될거여. 참, 소설이여 소설…』 그의 스승인 우성 김종영(작고)이 제작한 「3·1독립선언기념탑」은 서울시에 의해 뚜렷한 이유 없이 탑골공원에서 철거되었다. 이 조각은 북한산 골짜기에 무참히 버려져 있다가 새로 조성된 서대문 독립기념공원에 복원되었다.■조형적으로 탁월한 이 기념탑이 복원되기까지 예술원회원과 7개 조각단체, 미협, 서울대 제자 등의 수많은 탄원이 있었다. 당시 박종화 예술원장의 건의서는 「역사적 기념탑이 일개 토목공무원의 몰지각한 처사로 인해 파괴, 방치되었으니 경악과 통탄을 금치 못한다」고 개탄했다. 우성과 최종태 서울대명예교수는 작업의 내용과 정신적 유대에서도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최교수는 최근 기가 막히는 듯이 말했다. 『우성 선생의 조각 때문에 10년을 싸웠는데, 내가 꼭 그 나이에 그 꼴을 당하게 됐어』 그가 고향 대전을 생각하며 85년 동학사 입구에 세운 「계룡8경 조형물」이 최근 절에서 새로 건립하는 일주문에 의해 훼손되기에 이른 것이다. 계룡산 입구에서 동학사로 오르는 왼편 자그마한 공원에 세워진 이 조형물은 인간(여인상)과 자연을 상징하는 빼어난 작품이다.
■동학사는 하필 그 맞은 편에 일주문을 세우면서 작품을 옮기고 잔디밭을 도로로 바꿔 조각이 세워진 공간을 옹색하고 볼품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 미협 등 예술단체들의 탄원서대로 야외 조형물은 주변경관과 어우러져야 작품성이 완성된다. 요즘 도시의 많은 야외조각이 초라해 보이는 큰 이유도 주변공간이 협소한 데 있다. 공사가 강행될 경우 조각도 빛을 잃고, 일주문도 사찰 다운 분위기를 갖지 못한다. 일주문을 옮겨 세워 조각과 일주문이 제 몫의 아름다움을 누리게 하는게 옳지 않을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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