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주범 규제필요성 커져아시아 위기를 촉발시킨 국제 투기성자본(헤지펀드)이 세계 금융·자본시스템의 존속여부를 결정짓는 최대변수로 떠올랐다. 「자본거래 자유화」란 이름하에 무차별적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이같은 투기자본이 세계 금융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결국 20세기 시장경제체제를 위협하는 「자본주의의 공적(公敵)」으로 등장한 것이다. 투기자본에 의한 금융위기는 19세기말, 20세기 초에도 선례가 있었지만, 현재와 같이 광범위하고 급속하게 피해를 확산시키는 투기자본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 상황이 과거와 다른 점은 정보·통신의 발달로 충격이 이웃국가로 급속히 확대재생산되며 번져나간다는 점, 또 개도국의 인프라(기반시설)구축에 투입됐던 당시와 달리 현 투기자본은 철저히 이자율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 등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90년대 자본유입량은 개도국 국내투자액의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90∼96년에는 전체 순유입량중 절반이 외환보유고같은 외환관리 준비금으로 사용됐다. 현재 4,000∼5,000여개로 추정되는 전세계 헤지펀드중 상당수는 아무런 제약없이 개도국시장을 주무대로 하는 역외펀드이며, 총 규모만도 4,0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7월 아시아 위기가 시작될 당시 태국, 한국, 인도네시아 3국의 주식시장 시가총액 합계의 2배가 넘는 규모이다.
일부에서는 「거래세」(Transactions Tax)와 같은 관세를 신설해서라도 투기자본의 이동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이에 대한 아무런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은 상태다.<황유석 기자>황유석>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