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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王의 방한/이병일 수석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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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王의 방한/이병일 수석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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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쿠 이랏사이 마시다」(잘 오셨습니다). 1975년 히로히토 당시 일본국왕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당시 뉴욕 타임스가 「히로히토」라는 제목의 사설에 썼던 환영의 말이다. 이 일본어 한마디에서 일본국왕을 맞이하는 미국국민의 따듯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자신들의 주도하에 패전의 잿더미속에서 일어서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하고 경제부흥을 이루어 협조자가 된 일본의 국가원수를 맞는 감회가 남달랐음이 틀림없다.■그 당시 재위 50년째가 된 히로히토는 워싱턴의 알링턴 국립묘지의 무명용사 묘역에 헌화했다. 미국언론들은 히로히토가 국립묘지에 헌화하는 장면을 미국방문의 하이라이트로 여기고 취재경쟁을 벌였다. 이를 지켜보는 미국국민들의 마음도 착잡했겠지만 일본과 싸우다 전사한 장병들이 묻혀있는 묘역에 헌화하는 히로히토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를 했을까, 아니면 신세를 한탄했을까.

■김대중 대통령은 아키히토(明仁) 일본국왕이 2001년 한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나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일본신문이 보도했다. 2001년은 한국과 일본이 공동개최하는 2002년 월드컵축구를 한해 앞둔 시점이고, 21세기가 시작되는 해이니 시기로서는 더할나위 없이 적절하다. 그러나 문제는 김 대통령의 말처럼 분위기 조성이다. 「일왕」을 「천황」이라고 부르는 것조차도 거부감이 만만찮은 것이 우리 국민들의 분위기다.

■한 일본외교관은 『천황을 일왕이라고 부르는 한 천황의 방한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우리도 일왕이라고 부르는 현재와 같은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방한에 반대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부는 한일 파트너십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일본총리가 「한국국민」이라고 사과대상을 명확히 밝히고 사과해 주기를 요청하고 있다. 이같이 사과하고 우리의 아픔을 이해할 때 일왕의 방한을 「요쿠 이랏사이 마시다」라고 환영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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