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국가기관의 선거개입과 정치관여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위해 엄벌에 처한다』재판부는 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에게 징역5년을 선고하면서 이번 실형이 「정치관여」라는 안기부의 고질적인 악습에 대한 단죄임을 분명히했다.
61년 창설된 안기부는 그동안 국가안보와 체제유지보다는 정권을 위해 존재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치관여는 물론, 선거기간에는 분단상황을 악용해 「북풍」을 일으켰다는 의혹도 적지않았다.
이번 공판과정에서도 안기부가 오익제(吳益濟) 전 천도교령의 월북 발표, 국민회의 이석현(李錫玄) 의원의 남조선 표기 명함사건, 윤홍준(尹泓俊) 기자회견 등을 통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후보의 낙선운동을 전개한 내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따라서 안기부의 정치관여행위에 대한 법원의 단죄는 안기부가 새롭게 태어나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박일룡(朴一龍) 전 안기부1차장 등의 안기부직원 5명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 관대하게 처벌했다. 재판부는 『안기부조직과 같은 특별권력관계 안에서도 위법하거나 불법한 상관의 명령을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고 판시, 이들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범행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점과 국가안보에 공헌한 점등의 정상을 참작해 관대한 처분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권 전안기부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피고인들은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변호인들도 『예상했던 결과』라고 만족을 표시했다. 권 전부장은 미소를 띤 채 입정한 뒤 선고가 끝나자 부하들과 악수를 나누며 석방을 축하하는 여유를 보였다.
방청석을 채운 200여명의 방청객도 재판부가 퇴정하자 피고인의 이름을 부르고 박수를 보냈다. 검찰은 내부협의를 거쳐 항소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박일근 기자>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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