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우리경제를 덮친 외환위기는 국제투기자금의 농간때문만이 아니라 부유층의 외화도피와 해외재산 은닉등 바로 우리 내부에서 야기된 자본이탈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란 권위있는 기관의 진단에서조차 우리가 국가경제의 위기상황에서 드러낸 가진 자의 이기심과 내부 붕괴의 취약성이 공공연히 거론된다는 사실은 또 한번의 수치이자 충격이다.IMF주장의 근거는 근거불명인채 들어올 외화가 옆길로 새버린 이른바 국제수지표상의 오차 및 누락이다. 한국을 비롯,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등 아시아 5개국의 지난해 국제수지 분석결과 실물거래와 금융기관을 통해 돈의 흐름이 맞지않는 오차 및 누락이 200억달러에 이르고 특히 한국의 경우 이 규모가 87억달러로 앞서 외환위기를 겪은 인도네시아의 28억달러나 태국의 16억달러를 훨씬 웃돈다. 실제 지난해 이 항목의 적자가 예년의 7∼8배에 달했고 구제금융신청 직후 급증했다.
거액의 외화를 빼돌릴 수 있었다면 그것은 부유층과 기업주등 소수의 가진 자들이고 사회지도층이다. 수백만달러의 해외 공사대금을 빼돌렸다는 한 부실재벌 전회장의 얘기도 오래전 일이 아니고, 호화스런 해외별장으로 구설에 오르는 대기업주 역시 한 둘이 아니다. 부도낸 기업주가 해외로 도망가서 빼돌린 돈으로 골프나 치고 호화생활을 한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는 세태다. 멕시코 외환 위기 당시 지도층의 해외재산 은닉액이 국가대외채무 총액보다 컸다는 얘기가 결코 남의 얘기만은 아니다.
정부는 나라경제야 어떻게 되건 내 잇속만 차리면 된다는 풍조부터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한다. 끈질긴 추적조치가 따라야 한다. 환란(換亂)을 초래한 장본인이랄 수 있는 바로 그들이 외화도피를 하고도 활개치고 행세할 수 있는 한 국민들의 고통분담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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