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장사라도 하지 아들 손가락 왜 잘라요”/“IMF생활고” 호소/고액과외 비꼬기도『아버지가 아들의 손가락을 잘랐다는 뉴스를 보았다. 내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그 아저씨는 붕어빵장사라도 하시지』(서울 S초등교 1년) 23일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회장 김부성·金富成)가 공모한 「98 사랑의 일기」 최종심사에 올라온 200여명 어린이의 일기에는 어지러운 세상을 바라보는 천진난만한 동심의 눈이 담겨있어 어른들을 부끄럽게 한다. 이들 일기에서 제일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역시 IMF. 영어를 모르는 초등학교 저학년생들까지도 서툰 글씨로 IMF단어를 써가며 생활고를 이야기한다.
『내일은 아버지생신. 올해는 IMF때문에 아버지, 어머니 따로 생일상을 차리기 어려워 같이 하기로 했다. 케이크 5,000원, 선물 3,000원, 총 8,000원이 있어야 하는데 저금통을 털어도 4,950원밖에 없다. 어떻게 하나』(서울 S초등교 4년) 『IMF라 아빠회사에서 보내온 선물도 갈비에서 참치캔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끼니때마다 참치가 식탁에 오른다. 많은 아저씨들이 실업자가 되고 아빠의 한숨도 깊어진다』(서울 Y초등교 5년)
서울대총장의 사퇴까지 초래한 고액과외사건을 비롯, 창피한 교육현장의 모습도 숨김없이 드러난다.
『경시대회 입상이 어려워 할 수 없이 유명한 선생님께 배우기로 했다. 가고 오는데 2시간이나 걸렸지만 열심히 해서 천재로 불리는 강남 아이들과 겨루어 1등을 했다. …이 대회를 위해 한달에 100만원을 주고 과외를 한 아이들도 있다』 『수많은 비리와 돈덩어리인 어린이 회장이라는 자리. …대통령선거를 축소한게 어린이 회장선거다. 심지어 어떤 선생님은 자기 반에서 나온 아이를 뽑으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학교가 너무 싫다』(서울 Y초등교 6년)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과소비를 하고 물난리를 틈타 폐수를 방류하는 등 어른들의 일그러진 모습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의 목소리도 담겨있다.
『IMF가 어디로 갔나. …IMF가 끝난 것처럼 행동하는 어른들이 많다.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IMF는 다 어른들의 책임인데』 『비가 많이 오면서 넘쳐나는 강물을 이용해 폐수를 몰래 버리는 공장이 있다고 한다. …군인 아저씨들은 복구를 위해 고생하는데 도와주기는커녕 폐수의 독한 냄새를 들어마시게 하다니…』 (서울 A초등교 5년)
인추협의 고진광(高鎭光)사무총장은 『아무리 세상살이가 힘들어도 동심은 여전히 순수하다』며 『어려울수록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라날 수 있도록 부모와 학교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공모에는 전국 4,000여개 초·중·고교에서 380만권의 일기장이 출품됐으며 이중 200여편이 선정돼 10월22일 시상식을 갖는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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