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대가로 정부지원 받는 처지에/“선도銀 증권사 가져야” 재벌식 논리/“금융계 구조조정에 역행” 비판 일어국민은행과 합병하는 대가로 재정(국민 세금)지원을 받기로 한 장기신용은행이 500억원을 쏟아부어가며 부실자회사 살리기에 나서 자칫 빗나간 금융구조조정에 혈세가 낭비될 것이란 우려가 일고 있다.
장기신용은행은 22일 자산보다 부채가 264억원(7월3일 현재)이나 많은 장은증권(자본잠식)에 500억원을 출자, 회생시키겠다는 내용의 「경영개선계획서」를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했다. 채권자인 국민·주택은행등도 740억원에 달하는 대출금등에 대해 금리인하, 만기연장 등의 혜택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합병을 선언한 장기신용은행과 국민은행의 무수익여신규모는 6월말현재 각각 1조2,792억원, 1조4,540억원. 정부는 이들 부실채권의 절반가량을 성업공사를 통해 사줄 방침이다. 성업공사는 부실채권을 평균회수율(36%)보다 훨씬 높은 45%가격으로 사면 국민들의 세금이 투입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민세금 지원을 받아 부실채권을 털어내는 혜택을 받으면서 한편으론 순자산가치가 마이너스 264억원에 달하는 껍데기뿐인 부실자회사에 500억원을 쏟아붓겠다는 계획이다.
장은측은 이에 대해 『부실채권 매각대금을 직접 장은증권 증자자금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엄밀히 따져 정부가 직접 증자지원하는 것이 아니므로 부실채권 매입은 재정지원으로 보기 힘들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금융계에선 『왼쪽 주머니에 재정지원을 받으면서 오른쪽 주머니 돈을 꺼내 부실자회사를 지원하는 꼴』이라며 장은측의 억지논리를 꼬집었다.
■선도은행은 증권 자회사가 있어야 한다?
장기신용은행은 『국민은행과 합병후 「증시가 정상화하면」 장은과 국민은행의 자체 주식·유가증권 운용규모만도 5,000억∼1조원에 달해 장은증권은 앉아서 장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공교롭게도 산업은행이 수천억원의 국민혈세를 낭비한 끝에 결국 문을 닫은 자회사 산업증권의 회생논리와 똑같다. 산업은행이 운용하는 산금채등을 운용할 자회사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산업은행은 2차례에 걸쳐 2,500억원을 증자지원한 뒤 산업증권이 인가취소되는 바람에 국민혈세 2,500억원을 고스란히 날렸다. 금융계는 「선도은행은 증권자회사를 반드시 가져야한다」는 논리에 대해 「자동차회사는 제철업체와 타이어업체등을 반드시 가져야한다」는 재벌의 선단식 경영논리와 같다고 지적한다. 금감위는 25일 장은증권이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서에 대한 승인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같은 숱한 문제점들을 두고 금감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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