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국민작가 차페크/‘호르두발’ 등 번역 출간쿤데라문학의 스승으로 불리는 체코의 국민작가 카렐 차페크(1890∼1938)의 3부작 철학소설 「호르두발」 「유성」「평범한 인생」(리브로 발행)이 번역됐다. 차페크는 금세기초 맹위를 떨쳤던 과학기술만능주의에 바탕한 맹신적 유토피아사상에 통렬한 경고를 던졌던 작가. 그래서 조지 오웰이나 올더스 헉슬리에 앞선 「안티 유토피아문학」의 대표로 불린다. 이번에 번역된 그의 3부작은 정·반·합이라는 변증법에 맞춰 인간존재의 진실을 탐구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호르두발」은 슬라브인 문맹농부인 호르두발의 죽음을 놓고 그 자신의 독백과 경찰, 사법부의 판단을 통해 그의 초상을 그려내는 이야기 방식을 취한다. 그러나 누구도 호르두발의 진실을 밝혀낼 수는 없고 여기서 「인간 정체성에 대한 절대적 진실은 없다」는 정(正)의 테제가 성립된다. 「유성」은 비행기 추락사고로 죽음을 앞둔 정체불명의 조종사 「X」의 삶을 간호사인 수녀, 천리안을 가진 예언자, 예술적 감수성의 시인이 각각 추론하는 이야기다. 여기서 차페크는 반(反)의 테제를 내보인다. 「누구라도 인생의 진리에 접근할 수 있다」는 상대성의 진리다. 「평범한 인생」에서 정·반의 테제는 합명제로 도출된다. 주인공인 은퇴한 철도공무원이 자신의 삶을 회고한다. 그는 현재의 자신 외에도 자기 안에는 묻혀 있거나 잠재하는 또 다른 자신이 있고, 평범한 철도공무원으로서의 자신 이면에는 출세주의자 시인 현학자 낭만주의자로서의 자신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인간은 자기 안에 들어있는 여러 자신을 통해 자신뿐 아니라 타인도 이해할 수 있다」는 휴머니즘적 합명제가 도출되는 것이다.
차페크는 1915년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평생 작가이자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1930년대 중반 가장 유력한 노벨상후보로 부상했지만 스웨덴한림원은 노골적 반나치주의자인 그에게 상을 줌으로써 나치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수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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