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중심의 산업재편/선택 아닌 절체절명의 과제/인프라 구축 등 환경조성을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제공할 산업 구조조정은 잘 되고 있는 것일까. 아직도 외국에서는 우리 구조조정의 속도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국내에서도 시급한 부문의 구조조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미 퇴출 내지는 도산한 많은 기업들을 고려해 볼 때, 속도 면에서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중이라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속도문제가 산업 구조조정의 핵심일까?
아니다. 구조조정의 속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내용이다. 어떤 산업으로 구조조정을 해나갈 것이냐는 목표점이 분명해야 한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용해서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는 산업은 자동적으로 사라지고 경쟁력 있는 산업만 살아남아 발전해 나간다면 그보다 더 바람직한 것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시장은 가기는 가지만 덜컹거리면서 가다 말다하는 망가진 자동차와 같은 형편이다. 이 상태에서 수리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은 고칠수 있는 부분은 고쳐 사용하고, 완전히 폐기해야 할 것은 빚을 더 내서라도 새 것으로 교체하는 것 뿐이다.
한국경제가 새롭게 태어나려면 지식기반산업 중심의 구조로 가야한다. 지식기반 산업이란 무엇인가? 정보, 기술, 지적능력을 총칭하는 지식이 생산의 주요요소로 투입되어야 하는 산업을 의미한다. 가깝게는 지식자체가 거래의 대상이 되는 소프트웨어·연구개발업·컨설팅등과, 지식이 최종생산물의 가치를 좌우하는 첨단기술제조업(반도체·우주항공등), 또한 새로운 기술의 개발이 수확량이나 부가가치의 창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첨단영농 축산 화훼 등까지 이 범주에 포함된다. 이같이 지식기반산업화는 1차 2차 3차의 전산업에 걸쳐 나타날 뿐더러, 기존산업의 개편과 신산업의 창출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이고 함축적인 의미의 구조개편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찾아볼 수 있다.
90년대 중반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미국의 중소전문업체들이 경제성장에 미친 영향은 지식기반산업의 논의에 불을 지폈다.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경제활동의 모든 면에서 정보와 기술의 중요성을 급증시켰고, 시간과 거리상의 제약이나 상행위를 둘러싼 관습의 영향력을 약화시켰을 뿐 아니라, 전세계의 기업들을 잠재적인 경쟁의 대상으로 만들어 범세계적인 정보수집, 기술개발 및 활용, 치열한 경쟁구도 등을 기업활동의 전제조건으로 던져주었다. 이러한 국제환경의 변화속에서 지식기반산업으로의 구조개편은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말 수 있는 선택의 대상이 아닌, 해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어버렸다.
지식기반산업화를 위한 전제조건은 지식이 창출, 확산, 활용될 수 있는 지식기반 인프라(Infra)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인프라는 창의적인 지식을 갖춘 전문인력이 양성될 수 있는 교육체계와 보상체계, 그리고 국내와 세계를, 산업계와 학계 및 연구기관을, 기업과 기업을, 민간과 공공부문을 연결하는 정보인프라를 의미한다.
이와함께 정부는 간접적인 산업정책인 법제도와 규제의 개편을 통해 자발적인 기존산업의 지식기반화와 유망신산업의 창출을 유도할 수 있는 경제환경을 만들어 나가야한다.
이 과정에서는 특히 고용흡수력이 강한 신산업의 창출이 매우 중요하다. 지식기반화는 필연적으로 실업의 증가라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기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인력들에 의한 신산업과 신직종의 발굴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산업의 개편을 발판으로 한 신산업의 발전은 경제성장과 부의 증가 외에 신규고용을 창출하게 됨으로써 실업감소를 통한 사회의 안정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산업연구원(kiet) 수석연구원>산업연구원(k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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